“잘 지내셨어요?”

남·북 3개 노동단체 위원장이 대표발언 하는 와중 남·북 촬영기자 몇몇이 조용히 인사를 나눴다. 주영길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위원장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단체대표자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중이었다.

한 온라인 매체 이아무개 사진기자가 주 위원장을 촬영하던 북측 송아무개 사진기자, 조선신보 김아무개 기자에게 안부를 물었다. 두 기자는 ‘잘 지낸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송 기자는 지난 2월 평창올림픽 취재차 방남했다. 이 기자와 김 기자는 지난 4월 남측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만났다.

▲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조선직업총동맹 대표단이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민중의소리
▲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조선직업총동맹 대표단이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민중의소리

‘판문점선언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북측 대표단은 방남 2박3일 동안 남측 인사와 접촉이 철저히 통제된 채 일정을 소화한다. 일정 대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환영식, 기자회견 등 공개석상에서 언론 질의는 일절 받지 않는다.

북측 대표단은 비공개 일정에서도 ‘공식발언’ 외 발언은 일절 삼간다. 북측 대표단은 민주노총·한국노총 전·현직 임원진과 한 차례 회의하고 두 차례 만찬을 열지만 대표단이 준비한 공식 발언 외 자유발언 기회는 없다. 산업별 노동자끼리 만나는 비공식 모임에서도 북측은 공식 발언만 전달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10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아트홀에서 열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단체대표자 공동기자회견’에서 회견 직후 철저한 경호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

주 위원장은 “력사적인 두차례의 북남 수뇌상봉과 판문점선언의 채택으로 민족의 화해단합과 북남관계 발전의 새시대, 평화의 새시대가 열리고 겨레의 통일열망이 뜨겁게 분출하고 있는 뜻깊은 시기에 우리는 북남로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서울에 왔다”고 밝혔다.

▲ 남북노동자 3단체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주영길 위원장,·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단체 대표자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잡고 들어보이고 있다.ⓒ민중의소리
▲ 남북노동자 3단체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주영길 위원장,·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단체 대표자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잡고 들어보이고 있다.ⓒ민중의소리

주 위원장은 “직총과 남측의 한국로총, 민주로총은 2016년 5.1절을 계기로 서울에서 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발표했으나 아쉽게도 서울에서의 북남로동자통일축구대회는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북남사이 래왕과 접촉은 완전히 차단됐으며 적대와 불신의 곬은 나날이 깊어만 갔지만 우리는 결코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북남공동추진위원회를 내오고 통일축구대회를 반드시 개최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어 “경애하는 김정은국무위원회 위원장동지께서는 력사적인 판문점수뇌상봉의 뜻깊은 자리에서 높지도 않은 분리선이 오래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다고 하시면서 북과 남이 자주 오가면 분리선은 낮아지고 아예 없어지게 될것이라고 하셨다”며 “우리 조선직업총동맹대표단의 이번 길은 북과 남의 각계각층사이의 래왕과 접촉의 길을 넓히고 통일의 대로를 더욱 든든히 다지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발언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개최는 지난 시기 남북 노동자가 함께 노력할 결실”이라며 “노동자가 앞장서서 통일시대를 열어내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실천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위원장 또한 마지막 발언을 통해 “4·27 판문점 선언은 반도 전체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선언이고 민족자주 원칙으로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가자는 전민족적 합의”라며 “선언 조항 하나하나는 그 어느 것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소중하고도 무거운 우리 민족끼리의 약속이며 전민족적 통일지침”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일 4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1999년 최초 대회가 열린 후 4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남북통일축구대회는 1999년 평양, 2007년 경남 창원, 2015년 평양에서 열렸다.

11일 경기는 2회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직총의 ‘건설로동자축구팀’(감독 김정현)이 한국노총 대표팀과 전·후반 각 30분 씩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직총 ‘경고업로동자축구팀’(감독 백명철)이 민주노총 대표팀과 승부를 벌인다.

북측 대표단은 오후 7시 환영만찬을 끝으로 10일 일정을 마친다. 이들은 11일 오전 9~11시 경까지 3단체 대표자회의 및 산업별 노동자 상봉모임을 가진 뒤 오후 2시30분 서울 용산역에 있는 강제징용노동자상 추모식에 참가한다. 이어 오후 4시 남북노동자통일축구 본 대회를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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