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도 요구 업무량이 변하지 않는 현실에 조선일보 기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지난 7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조선일보 기자들은 휴무일이나 퇴근 후 몇 시간씩 일해도 이를 근무표에 적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 가이드라인에는 근무시간은 본인과 부서장이 관리하도록 해놨기 때문에 회사는 빠지고 부서장과 부원들이 모든 부담을 져야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기자 노동시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근무표를 명확히 적어야 하지만 간부들의 압박으로 근무표 작성이 실제 노동시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테면 기자들이 아침 보고를 하려면 오전 8시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8시부터 근무했다고 근무표에 쓰지 못한다는 사례가 있었다. ‘근무 시작을 9시로 써야 한다’는 부서장들의 일방 원칙 때문이다. 반면 타사는 근무 시작을 9시에 하는 경우 보고 시간을 그에 맞춰 늦췄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노조는 이 밖에도 오전 9시 출근 전에 이뤄진 아침 보고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점, 야근 뒤 오후 출근 시 오전 보고를 열외시키지 않는 점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달라진 법에 맞게 조직 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조직 운영은 그대로고 형식 틀만 맞춘 것”이라며 “언론사에서 일상적 거짓이 강요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조합원들이 실 노동시간을 근거 자료와 함께 기록해둔다면 나중에 회사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노조는 최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경력기자를 채용한 것을 강조하며 “본사는 아예 인력 충원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저녁이 있는 삶’이 사회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일부 부서와 출입처에선 매일 야근이라는 비인간적 근무 체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회는 급속하게 변하는데 회사가 변하지 않으면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며 “요즘은 6시 칼퇴근하는 직장이 많아지면서 직업에 회의가 커진다는 조합원이 많다”고 전했다. 

노조는 “밖에선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아우성인데 안에선 과잉 노동으로 건강을 상하고 아이들이 방치되고 가족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며 “인력 충원을 통해 유령이 아닌 사람이 노동하게 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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