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매체를 비난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정봉주 전 의원이 경찰 조사결과를 왜곡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일 정치 팟캐스트 방송 ‘전국구 시즌2’에 출연해 본인 근황을 밝혔다. 지난 3월14일 ‘기자 지망생 성추행’ 의혹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한 뒤 약 5개월 만이다.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일 정치 팟캐스트 방송 '전국구 시즌2'에 출연하고 있는 화면 갈무리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일 정치 팟캐스트 방송 '전국구 시즌2'에 출연한 화면 갈무리

앞서 프레시안은 3월7일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23일 기자 지망생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던 정 전 의원은 지난 3월13일 프레시안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소했고, 프레시안도 3월16일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두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6일 정 전 의원을 기소의견으로, 프레시안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 전 의원은 팟캐스트 방송에서 “프레시안 고소는 내가 취하했기 때문에 무혐의로 결론 났고, 프레시안이 나를 고소한 수사는 3회 정도 출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판정 불능. 저희 변호사는 무혐의라고 받아들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가 프레시안 보도를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말한 부분은 명예훼손 소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출연자인 최강욱 변호사는 “그 말은 판정을 못하겠다는 게 아니라 판단 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근황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고 한 때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던 분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들만 놓고 보면 경찰이 정 전 의원의 성추행 관련 혐의를 무혐의로 판단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을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형사고소한 적이 없다. 경찰이 성추행 진위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3월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프레시안 미투 폭로기사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3월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프레시안 미투 폭로기사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성추행 의혹은 ‘판정 불능’”이라는 정 전 의원측 주장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프레시안 측 고소 내용은 ‘성추행을 했다’는 게 아니다. 그래서 우리 팀은 판단을 아예 안 한다”며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기사를 두고)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판단해 검찰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표된 수사결과를 보면 경찰은 “관련자 진술과 카드결제 내역, A씨 이메일과 SNS 사진 등을 종합하면 당시 두 사람(A씨와 정 전 의원)은 여의도 렉싱턴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난 것으로 보인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던 정 전 의원 기자회견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만남 자체를 부인했던 정 전 의원이 렉싱턴호텔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한 뒤 고소를 취하한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은 ‘판정 불능’이란 발언의 출처를 묻자 “변호사를 통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게 성추행이 아니라 명예훼손인데 왜 이렇게까지 성추행 혐의에 관해 나를 조사하는지 경찰에 문제제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세열 프레시안 편집국장은 “정 전 의원이 방송에 나가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사건이 진행 중인데 자중해야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검찰 조사가 끝나서 불기소로 가게되면 그 때쯤 이야기를 다시 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