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사찰 실상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의 행적을 들어 비난하는 보도를 네차례 연속으로 내보내자 임 소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 소장은 계엄령 수사 물타기를 하기 위해 폭로자를 흠집내는 것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TV조선은 2일 아침 뉴스 ‘기밀 폭로 군인권센터 소장, 헬기사고 조문 땐 장관 엄호’에서 지난달 21일 송영무 국방장관의 마린온 헬기 사고 조문 현장을 보여주면서 임태훈 소장이 송 장관을 향한 유가족의 항의를 말리는 모습을 방송했다. 유가족이 “좀 떨어져서 말씀하시라고요, 짜증나니까.”라고 하자 임태훈 소장이 “장관님하고 면담할 거니까 화 좀 푸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임 소장이 유가족을 달래며 “가시죠, 자자, 저랑 약속했죠, 무례하게 안 하기로”라고 말하는 장면을 들어 TV조선은 “유족들과 장관 의전을 미리 상의한 듯한 발언도 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3일자 뉴스9(저녁뉴스)의 ‘송영무 “임태훈 건의 왜 보고 안했나”, 간부 질책’에서는 민명삼 기무사 대령이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7월9일 장관 주재 국방부 간부 간담회 회의록을 보여주면서 송영무 국방장관이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심의위원회를 열 것을 건의했는데 왜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느냐”고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을 질책했다고 방송했다. TV조선은 “실제로 간담회 직후인 7월 12일, 임태훈 소장의 건의대로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이 참여하는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임태훈 소장 말 한마디에 회의가 소집된거다”라고 비난하는 모습도 방송에 나왔다.

이어 TV조선은 6일자 뉴스9 ‘[단독] “임태훈, ‘장관 결재 받았다’며 軍간부에 호통”’에서 임 소장이 회의에서 간부에 호통을 치고, 장관에 결재를 받았으니 회의안건을 의결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 지난 2일 방송된 TV조선 뉴스퍼레이드. 사진=TV조선 뉴스영상갈무리
▲ 지난 2일 방송된 TV조선 뉴스퍼레이드. 사진=TV조선 뉴스영상갈무리
▲ 지난 2일 방송된 TV조선 뉴스퍼레이드. 사진=TV조선 뉴스영상갈무리
▲ 지난 2일 방송된 TV조선 뉴스퍼레이드. 사진=TV조선 뉴스영상갈무리
TV조선은 임 소장이 지난 5월30일 국방부 군인복무정책실무위원회에 “액세서리 취급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방송했다. 이 방송은 회의 참석자의 말을 빌어 “(임 소장이)위원회 거수기는 안하겠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제가 퇴장하겠습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TV조선은 특히 이 회의를 소집한 것도 임 소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임 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 소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마린온 희생자에 조문온 송영무 국방장관을 엄호했다는 TV조선 보도에 “국방부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이자 ‘해병대 인권자문위원’자격으로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하여 사고 현장을 찾았다. 유가족이 저를 중재자로 인정하셔서 장례절차 진행되도록 했고, 사령부와 유족이 합의서를 썼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과 사령부(국방부)의 중재역할을 했다. 그런데 내가 장관을 엄호한 것처럼 영상 일부를 짜깁기해 자기들 입맛대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당시 장관이 온다고 해서 면담하고 간담회할 자리를 만들었다. 사전에 유족에게는 ‘항의하되 너무 신체적 접촉 있어선 안된다’고 했고, 장관의 경호원에게는 ‘유족이 거칠게 항의해도 경호원이 유족에 손대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톤타운 시킨 것이지 한쪽만 편들거나 엄호한 것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TV조선 취재가 왔을 때 왜 반박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임 소장은 “기자 질문이 문자로 왔다. ‘마린온 헬기사고 분양조문 땐 유가족을 무마했다는 제보가 있는데 설명을 부탁해달라, 왜 장관을 엄호했느냐’ 등과 같은 프레임이 정해진 질문이었다. 질문의 의도가 뻔해 응할 수 없었다. 실체를 보도하는 게 아니라 깎아내리고 린치를 가하는 것은 저널리즘 원칙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지난 5월30일 군인복무정책실무위원회에서 호통을 쳤다는 보도에 임 소장은 “그날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이 들러리 기구가 될 수 있으니 그만두는게 낫다고 해서 내가 그걸 막았다. 그날 회의에 참석한 최고연장자 위원이 화를 많이 냈다. 호통은 그분이 치셨지 내가 한 것은 아니다. ‘액세서리 취급하냐, 거수기냐, 들러리냐’는 다른 위원들이 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말한 것은 “그 회의 전인 지난해 11월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 첫 회의에서 졸속으로 안건을 통과하려해서 ‘이런 식으로 통과시키면 퇴장하겠다고 말한 적은 있다. 한참 전 회의”라고 지적했다.

5월30일 실무위원회와 7월12일 심의위원회 모두 임 소장이 소집했다는 주장에 임 소장은 “5월30일 회의 소집은 이영하 실무위원장(공군 작전사령관 중장 출신)이 소집했고, 7월12일 심의위 회의 소집 요구는 나를 포함해 6명이 함께 회의 소집을 했다는 공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잇단 비난성 뉴스를 두고 임 소장은 “계엄령 친위쿠데타 계획을 폭로한 사람을 흠집내고, 수사를 물타기하기 위해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도 지난 8일 TV조선 보도에 입장을 내어 “참석 군 간부들에게 호통을 치면서 ‘장관에게 결재를 받았다’며, 회의 안건 의결을 요구하였다는 언론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5월30일 열린 군인복무정책 실무위원회는 실무위원장(이영하 위원장) 요구에 따라 개최했으며 7월12일 군인복무정책 심의위원회 또한 심의위원 6명 요구에 따라 개최된 사항이다. 군인권센터 소장의 주도하에 위원회를 개최하였다는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 지난 6일 방송된 TV조선 뉴스9. 사진=TV조선 뉴스영상갈무리
▲ 지난 6일 방송된 TV조선 뉴스9. 사진=TV조선 뉴스영상갈무리
이에 대해 TV조선 취재진은 영상을 보고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마린온 희생자 조문 때 장관 엄호 뉴스를 보도한 조덕현 TV조선 기자는 9일 답변서에서 “임 소장이 ‘군과 유가족의 중재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임 소장은 장관이 유가족을 둘러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분향소를 빠져 나가기까지 장관 바로 옆에서 장관을 수행했다. 임 소장은 항의하는 유족을 달래고 말렸고, 송 장관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바라보고, 송 장관과 귓속말을 나눴다”고 밝혔다.

조 기자는 “이러한 송 장관과 임 소장의 모습은 타사 카메라와 함께 공동으로 고스란히 촬영됐다. 장관에 항의하는 유족을 말리는 일이 ‘중재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POOL 영상을 통해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임 소장의 자격에 대해 물었지만 어떤 공식적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TV조선이 짜깁기해 입맛대로 보도했다는 임 소장 반박에 조 기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장관의 전체 조문 과정 중 잠깐 장관 옆을 있던 장면만 빼내 편집한 게 아니다. 전체를 봐도 임 소장은 줄곧 장관 옆을 지켰다”고 답했다.

한편 임태훈 소장의 요구로 회의소집을 하지 않았다는 임 소장 본인과 국방부 반박에 이미지 TV조선 기자는 10일 답변서에서 “5월 30일 회의 안건인 군인복무정책 심의위원회의 훈령을 변경하는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위원이 임태훈 소장이며, 이를 다른 외부 위원들에게 알려 소집을 주도한 사실을 복수의 위원들에게 확인했고 녹취도 확보돼 있다”고 썼다. 이 기자는 “‘액세서리 취급하냐, 거수기냐, 들러리냐’라는 임태훈 소장의 워딩을 기억하는 복수의 위원들의 녹취를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5월 30일 회의 소집 전에 임 소장이 복수의 위원들에게 ‘국방부가 외부위원들을 거수기 취급한다, 회의를 소집해 훈령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녹취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공개한 국방부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 소집 요구서. 회의 소집을 이영하, 박찬구, 성석호, 독고순, 소성규, 임태훈 위원이 한 것으로 나와있다. 사진=군인권센터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공개한 국방부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 소집 요구서. 회의 소집을 이영하, 박찬구, 성석호, 독고순, 소성규, 임태훈 위원이 한 것으로 나와있다. 사진=군인권센터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