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국회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 공개 판결에 불복하고 기어코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의장 측은 ‘20대 국회 특활비는 현역 의원들이 사용한 거라 공개되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대책 마련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이 논란이 될 만한 일에 국민 세금인 국회 예산을 얼마나 마음대로 썼는지 고백하는 말과 다름없다.
20대 후반기 국회 출범 후 지난달 18일 문 의장이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특활비 문제와 관련해 폐지 또는 획기적 제도 개선 방침을 밝히면서 이제부터라도 국회 ‘깜깜이’ 예산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의원들에게 80억 원가량 지급했던 특활비도 내년에는 절반으로 줄이는 식이 개혁 방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의장의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국회의장부터 솔선수범 특활비를 반납하거나 사용내역을 공개할 의향 있느냐’는 질문에 문 의장은 “금년에는 그렇게 마음대로 할 일이 아니다”면서 “4당 (원내)대표가 지금 논의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고, 다른 국가기관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특활비는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개혁 논의를 계속 미뤄왔던 전임 국회의장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입장이었다.
아울러 국회 특활비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에선 문 의장이 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에 무의미한 항소와 상고를 하지 말고 즉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변호사)가 국회에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가 2015년 이후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사용한 변호사 비용은 총 3300만 원에 달한다. 액수를 떠나서 국회가 불필요하게 정보를 비공개하지 않았으면 낭비되지 않았을 국민 세금이다.
게다가 하 대표는 “국회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회 예산 중 변호사 비용 항목을 연간 1500만 원에서 2600만 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데 사용되는 변호사 비용을 늘리면서까지 정보를 최대한 은폐하겠다는 것이 국회의 방침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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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특활비 등 정보공개 소송에서 국회가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항소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바로 20대 국회 전임 국회의장(정세균) 특활비를 공개하면 전임 의장 때 이뤄진 일들이 공개되면서 곤란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항소는 제도 개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전임 의장에 대한 전관예우 차원인 셈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8일 주례 회동에서 하반기 국회 특활비에 대해 운영위원회 산하 제도개선 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영수증 내지 증빙 서류를 통해 투명화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비된 제도는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올해 지급분에 대해선 아직 영수증 등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은 이미 당론으로 특활비 전액 반납을 약속한 상황이다.
모든 원내 정당에서 국회 특활비 폐지 또는 투명화를 공언한 상황에서 20대 국회에서 지급된 특활비 등 세부집행내역 공개를 문 의장이 미룰 이유는 더욱 없어졌다. 아직 원심이 확정될 수 있는 기간이 이틀 남았다. 문 의장은 항소 결정 철회만이 “대명천지에 깜깜이 돈이나 쌈짓돈이란 말 자체가 있어선 절대 안 된다”고 한 본인의 말에 책임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