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이후 1년7개월간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포함해 38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국회가 해당 의원들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지난달 26일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 점검 결과 및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국회의원 38명과 보좌진, 입법조사관 16명이 업무관련성이 있는 피감기관으로부터 부당 지원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은 외교통일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이와 관련해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국회는 권익위 요청에 따라 해당 피감기관에서 진행 중인 자체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피감기관이 결과를 통보해 오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법 징계 관련 규정에 근거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앞으로는 ‘국회의원 국외활동심사자문위원회’(교섭단체들이 추천한 6인 이내)를 구성해 외부 지원에 의한 국회의원 해외출장 적절성을 심사한다. 이 기구 활동을 통해 국회의원 해외출장과 관련한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 소지를 근원적으로 없애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 6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 지난 6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하지만 이 대변인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국회의원 등의 명단과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국회의원 38명 명단을 밀봉된 서류봉투에 담아 문희상 의장에게 전달했지만, 문 의장 외 다른 의원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이 명단을 통보해 추가조사하라고 지정한 곳이 피감기관이고 국회는 이를 조사할 권한이 없어 명단을 밝히면 관련 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며 “국회 감사관실도 국회의원을 지원하는 기관이어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조사가 쉽지 않아 여러 절차적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관련 명단을 피감기관에 통보하고 추가 확인조사를 거쳐 최종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와 징계 등 제재를 취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피감기관의 ‘갑’ 위치에 있는 국회가 위법행위를 저지른 의원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문희상 의장의 20대 국회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의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변호사)는 “국회 예산으로 국회의원이 해외출장 간 것도 지금껏 명단과 일정, 집행 지출영수증까지 다 공개했는데 피감기관 예산으로 간 걸 공개 안 한다는 건 전혀 앞뒤가 안 맞다”며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개할 수 있고 국회의원도 공무원이어서 비공개 대상도 아닌데 법 위반이란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도 지난달 19일 하승수 변호사가 국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회의장단과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세부집행내역까지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장단의 해외출장비를 공개한다고 첨예하고 긴밀한 국방·외교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기밀 사항이 공개되거나 외교적으로 결례가 발생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 해외출장비 집행 내역도 시찰국과 시찰 기간, 시찰 목적에 관한 정보를 제외하고 위원 명단과 해외시찰 경비로 사용한 금액은 공개해도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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