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모처럼 대통령의 환하게 웃는 사진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18년 옥죈 은산분리 규제 IT기업에 한해 풀어줄 듯’이란 제목으로 1면에 화답했다.

조선일보는 4면에 ‘은산분리 완화’란 문패를 달고 한 면을 모두 털어 보도했다. 조선일보 4면 머리기사는 ‘문 대통령, 붉은 깃발법 언급하며 은산분리 완화 길 텄다’는 제목이었다.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를 19세기 말 연국이 자동차산업으로부터 마차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붉은 깃발법’에 비유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고 그 결과 영국은 자동차산업에서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영국의 자동차산업처럼 인터넷 전문은행도 한국에선 규제가 발목을 잡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조선일보는 이 일화를 4면에 “마차 보호하려다 車산업 뒤처진 영국처럼 되면 곤란”이란 제목으로 달아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인용한 제목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행사장에서 QR코드를 이용한 결제기술을 체험하는 대통령의 환하게 웃는 사진도 실었다.

▲ 조선일보 4면
▲ 조선일보 4면

반면 같은 내용을 한겨레는 8일 1면에 ‘문 대통령,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은산분리 공약 훼손 논란’이란 부정적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관련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달아 한겨레보다 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8일 1면 머리기사에 ‘원칙 꺾나…은산분리 규제완화 꺼낸 문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달았다.

식품대기업 SPC그룹도 오너 일가 일탈로 위기

SPC그룹(옛 삼립식품) 3세이자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41)이 마약 흡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허희수 부사장은 2007년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그룹 마케팅전략실장을 거쳐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8일자 신문들은 이 소식을 사회면에 1~2단의 작은 기사로 보도했다. 매일경제신문은 29면에 1단 기사로, 동아일보는 12면에 2단 기사로, 경향신문은 10면에 2단 기사로 실었다. SPC그룹은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역외탈세 등의 광범위한 혐의를 받아 지난달 26일 국세청의 대규모 세무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 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허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의 일탈에 다른 그룹보다 훨씬 발빠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경영에서 영구배제하겠다는 발표가 지켜질지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경 29면, 동아일보 12면, 경향신문 10면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경 29면, 동아일보 12면, 경향신문 10면

1921년 황해도 옹진반도에서 태어난 SPC그룹(옛 삼립식품) 창업자인 허창성 회장은 14살 때부터 빵집 점원으로 일했다. 10여 년 일하다 해방을 맞아 그동안 배운 기술로 1945년 10월 고향에서 ‘상미당’이란 작은 빵집을 차렸다. 48년 서울로 진출한 상미당은 방산시장에서 출발했다. 허창성 회장은 1961년 용산에 본사와 공장을 마련하면서 ‘삼립’이란 이름을 처음 내걸었다. 때마침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가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밀가루 소비를 촉진한데다 바로 옆 미군기지에 군납업체로 선정돼 삼립빵은 급성장했다. 1967년 가리봉동 야산 일대에 큰 공장을 세웠고, 1969년엔 공장 옆에 신사옥까지 세워 본격적인 가리봉동 시대를 열었다. 1971년 시흥공장, 1978년 아이스크림 공장까지 전국에 여러 공장을 세워 호황을 누렸다.

허창성 회장은 1975년 기업공개에 이어 1977년 50대 중반에 일찍부터 서서히 경영에서 손을 뗐다. 큰 아들에겐 삼립식품의 여러 공장을, 차남에겐 성남의 샤니공장만 물려줬다. 큰 아들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반대로 차남은 일찍부터 제빵에 전력투구해 승승장구했다. 차남은 형의 삼립식품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차남이 키운 기업은 오늘날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베스킨라빈스31, 던킨도너츠를 거느린 식품대기업 SPC그룹이 됐다. 작은 빵 공장을 그룹으로 키운 차남이 바로 현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였다. 그런 회장의 차남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룹의 명예에 먹칠을 했으니 SPC그룹으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수많은 재벌 오너들의 일탈이 사회적 비난을 받는 속에 SPC그룹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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