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 발행 주체는 대통령 비서실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을 맡았다.

책자는 모두 4권이다. <문재인 대통령 말글집 -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행본은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연설문 15개를 추려 ‘국민이 사랑한 연설 15’로 묶고,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반영한 ‘키워드로 읽은 문재인 정부 1년’으로 구분해 구성했다.

나머지 3권은 2017년 5월10일부터 2018년 5월 9일까지 2권으로 묶은 문 대통령 연설문집 전문과 2017년 5월10일부터 2018년 5월9일까지 수석 보좌관회의, 국무회의에서 했던 발언 내용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발간사를 통해 책자 발행 취지를 설명했다. 임 실장은 “대통령의 연설은 높은 국민적 관심과 화제의 대상이 됐다. 많은 국민의 가슴을 울렸고,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며 “이런 현상은 단지 연설문 자체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잃어버린 민주주의와 무너진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열망이 담겨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데 연설문 만한 게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 연설문 중 손에 꼽는 연설은 2017년 5월18일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연설이다. 그해 5월10일 취임사를 발표하고 난 뒤 첫 정부 공식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가늠할 연설로 평가받는다.

당시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다며 “하지만 이에 맞선 시민항쟁이 민주주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정의를 압축적으로 담았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며 5·18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촛불혁명 정신을 연장선상에 놓음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탄생 배경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전남대생 박관현, 노동자 표정두, 서울대생 조성만, 숭실대생 박래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 회자가 됐다. 문 대통령은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을 때 이들은 마땅히 밝히고 기억해야 할 것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고 말했다. 국가범죄에 저항한 이들의 이름을 불러준 건 문재인 대통령이 최초였다.

▲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집.
▲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집.

국가의 존재 이유에 유독 강조하는 것도 문 대통령 연설의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모셨다”며 “80여 년 전 꽃다운 소녀 한 명도 지켜 주지 못했던 국가가 피해자 할머니들께 다시 깊은 상처를 안겼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13일 제64회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부활한 대한민국 해양경찰에 국민의 명령을 전한다”며 “첫째, 조직의 명훈을 걸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중략)...이제 우리 바다는 안전한가라는 국민의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바다에서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달라”고 말했다.

이번 대통령 연설 전문집에는 음성 변환용 바코드도 있다. 연설 전문집 오른쪽 페이지 상단에 바코드가 있는데 어플을 이용해 바코드를 찍으면 음성 변환이 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대통령 연설모음집은 비매품 무료 배포용으로 제작했지만 벌써부터 돈을 줘서라도 구해 보겠다는 사람이 많다. 청와대 게시판에 내려받기 할 수 있지만 책자 형태로 소장하고 싶다는 여론도 높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어룩집을 발간해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요”라는 제목으로 박 전 대통령이 했던 비유적 표현을 소개한 책자를 내놨다.

책 머리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비유와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살아있는 대중적 언어로 사물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며 “비유적 표현은 직접적인 표현에 비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고, 발언의 의도를 명확하게 부각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국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 관련 기사 : 박근혜 최대 어록은 “대통령직을 사퇴하겠습니다” 아닌가 ]

하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어법에 맞지 않거나 과격한 표현 때문에 비난을 받으면서 논란이 됐다.

▲ 지난 2016년 2월 발간된 박근헤 어록집.
▲ 지난 2016년 2월 발간된 박근헤 어록집.

“옛날 선사 말씀도 ‘사람의 마음이 모이는 곳에 기가 쌓이고, 그 기가 충만하게 쌓이게 되면 현실이 된다 그게 이루어진다’고 하셨거든요”(2015년 8월7일 대한민국 ROTC 대표단과 대화)

“고려시대의 역사학자는 이 땅이, 이 영토가 그 나라에 사는 국민들의 육신이라고 한다면 역사는 그 국민의 혼이라고 했다. 그러면 역사를 모른다고 하면 혼이 빠진 인간이고 또 역사를 잘못 알고 이상하게 왜곡돼서 그게 진리인 줄 알고 돌아다니는 것은 영혼이 썩는 거죠” (2015년 10월13일 제15차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혁신해서 성장이 멈추지 않게 하려면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의 원수, 우리 몸을 자꾸 죽여 가는 암 덩어리라고 생각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들어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만 경제 혁신이 이루어지지 웬만한 각오로 가지고는 규제가 혁파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2014년 3월10일 3차 수석비서관회의)

박근혜 청와대는 관련 발언을 두고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관련 권력형 비리가 전무해 정직 청렴함에 있어 역대 정부와 차별화된 평가를 받고 있음”이라고 평했다.

어록집이 나오고 지난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박근혜)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다”며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고 파면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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