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수 퀴즈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이 한 고교생 정답판에 적힌 ‘동일범죄 동일처벌’, ‘낙태죄 폐지’ 등 문구를 모자이크 처리해 파문이 일었다. ‘페미니즘 검열’이라는 비판과 함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도전! 골든벨’(908회 안양 근명여자정보고 편)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은 학생이 정답판에 적은 문구 ‘동일범죄 동일처벌’, ‘낙태죄 폐지’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 전파를 탔다. 학생이 답판에 남긴 또 다른 메시지 ‘럽 포에버’, ‘안녕 나의 빛’ 등은 그대로였다.

방송 직후인 5일 오후 이 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골든벨 나가서 ‘동일범죄 동일처벌’과 ‘낙태죄 폐지’를 써뒀다. 그런데 그걸 다 가려 버렸다. KBS 편집팀인지 위에서 지시를 내리셨는지, 잘 알았다. 나는 그게 정치적 발언인 줄 몰랐다”고 썼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성별 구분 없이 범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라는 보편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낙태죄 폐지’와 함께 ‘혜화역 시위’에 등장하는 구호이기도 하다. 

트위터 내용이 누리꾼 입길에 오르면서 학생의 방송 출연 화면 등이 SNS에서 널리 퍼졌고 이에 학생은 협박과 위협의 대상이 됐다. 이 학생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은 현재 닫힌 상태다.

▲ 지난 5일 방송된 KBS ‘도전! 골든벨’이 한 고교생 정답판에 적힌 ‘동일범죄 동일처벌’, ‘낙태죄 폐지’ 등 문구를 모자이크 처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KBS 화면
▲ 지난 5일 방송된 KBS ‘도전! 골든벨’이 한 고교생 정답판에 적힌 ‘동일범죄 동일처벌’, ‘낙태죄 폐지’ 등 문구를 모자이크 처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KBS 화면
KBS 골든벨 제작진은 7일 오전 입장을 내어 “도전 골든벨은 퀴즈를 통해 청소년들의 재치와 생각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작진은 “공영방송은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정치적·종교적·문화적 이슈의 경우 한 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청소년 출연자가 이런 이슈 다툼에 휘말려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해 항상 녹화 전에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 취지에 벗어나는 멘트는 자제하라’고 사전 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런 원칙에 따라 지난 5일 방송분에서 최후의 1인의 답판에 적힌 글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시청자 여러분 이해를 구한다”고 부연했다.

제작진은 “현재 해당 학생이 작성한 글, 사진, 개인 정보 등이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해당 학생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 또한 건강한 토론의 영역에서 해결되길 진심으로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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