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게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맥도날드 배달라이더가 맥도날드 본사를 직접 찾아가 폭염 대책 마련을 강하게 촉구했다.

맥도날드 배달라이더 A씨(46)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풍도 안되는 청바지를 입고 압박이 강한 팔과 무릎 보호대를 의무적으로 착용한 채 대여섯 시간씩 계단을 오르며 일하고 있다”며 라이더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언급했다. A씨는 검은색 헬맷과 선글라스를 착용해 신원을 완전히 가린 채 참석했다.

A씨는 “맥도날드는 여름용 상의 유니폼은 지급하지만 하의 유니폼은 지급하지 않아 라이더들은 개인용 청바지를 입고 일한다”며 유니폼 지급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 8월6일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 배달 직원 박정훈(33)씨가 폭염대책 마련과 폭염 수당 추가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 기자
▲ 8월6일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 배달 직원 박정훈(33)씨가 폭염대책 마련과 폭염 수당 추가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 기자
A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라이더들 휴게시간과 관련해 “직원들이 (눈치 때문에) 거의 말도 못한다. 대개 근무 스케줄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시간제로 일을 하는데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며 “매니저들이 직원들한테 근무시간으로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 했다.

라이더들의 직접 행동은 소기의 성과를 낳기도 했다. 배달 전문 업체 ‘배달의민족’은 지난 3일 폭염 대책으로 (라이더들에게) 배달 한 건마다 300원의 추가수당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33)가 폭염 수당 100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지 9일 만이다.

박정훈씨는 “배달의민족에서 수당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만 우리도 받았으면 좋겠다. 맥도날드도 배달수당 지급에 동참해라”고 촉구했다.

박씨는 회견에서 △폭염 특보가 내릴 시 배달 제한을 요구할 수 있는 작업 중지권 △배달 한 건 당 폭염수당 100원 추가지급 △청바지 유니폼 교체 등을 요구했다.

박씨는 맥도날드의 폭염 시 배달지침이 나올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롯데리아를 비롯한 버거킹·도미노피자·피자헛 등의 배달업무 종사자들과 뜻을 모아 ‘라이더 유니온’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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