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교양프로그램과 홈쇼핑이 연계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실을 공개하고 대응방안을 내놓았으나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오후 논평을 내고 방통위의 연계편성 조사보고서 내용과 대책이 “한심하다”며 “‘적당한 실태조사’와 ‘적당한 개선의지 표명’만으로 눙쳐서는 안 된다. 근본 대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계편성은 종합편성채널 교양 프로그램이 협찬받은 제품이나 원료가 건강에 좋다고 홍보하면 같은 시간 홈쇼핑에서 해당 제품을 파는 방식이다. 방송이 제품판매를 위한 광고가 되고 홈쇼핑 시간대에 맞춰 방송 편성이 좌우돼 문제다.

지난달 미디어오늘은 방통위가 지난해 종편4사 방송 40일분을 조사해 110건의 연계편성 사례를 적발하고도 소극적으로 법을 적용한 채 종결처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방통위는 지난 1일 점검결과를 뒤늦게 방통위원들에게 보고하고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점검 보고서.
▲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점검 보고서.

민언련은 우선 방통위의 실태점검 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협찬주인 납품업체가 홈쇼핑과 종편에 협찬시간이 맞물리도록 요구하며 영업을 해왔다며 납품업체만의 문제라고 결론 냈지만 민언련은 ‘동맹관계’라고 반박했다. 

방통위 보고서에는 방송이 나가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시점에 재방송 하는 내용과 특정 제품의 원료를 부각하는 특집기획 프로그램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방송사가 광고를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편성을 조정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광고가 편성에 개입하는 행위는 방송사의 광고대행사인 미디어렙을 규제하는 미디어렙법 위반이지만 방통위는 미디어렙법 위반 여부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방통위가 납품업체 가운데 극히 일부만 조사하고, 검증하지 않고 납품업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론 낸 것도 비판했다. 민언련은 “방통위는 종편이 납품업체 또는 대행업체와 어떻게 유착했는지, 홈쇼핑과 연계판매 계획을 포함하여 방송의 기획과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정밀한 조사를 했어야 했다”며 “미디어렙이 광고영업과 동시에 협찬까지 개입했는지도 당연히 조사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방통위가 내놓은 개선방안이 모두 문제 있다고도 지적했다. 방통위는 △추후 미디어렙법 위반 정황이 드러나면 엄중히 조사하고 △협찬주명 고지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법령을 개정을 추진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은 “‘미디어렙법 위반정황’을 인지하려면 조사를 해야 하는데 조사 자체를 애초 하지 않았으면서, 도대체 향후 어떻게 인지해서 엄중 조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라고 꼬집었다.

협찬고지를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과 관련해 민언련은 “이 대답은 이미 2015년에도 나왔던 것이다. 도대체 언제 무엇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자칫하면 방송사들이 협찬비를 받고 정보 교양프로그램을 광고대행 프로그램으로 파는 행태를 양성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찬을 받으면 이를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과 동시에 협찬이 가능한 방송 장르, 품목, 방식 등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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