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2일 발표된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안이 ‘엉터리 개혁안’이라며 개혁 반대세력 주장을 검증없이 보도한 언론을 규탄했다.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 24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3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위의 개혁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기무사는 해체하고 보안·방첩 등 기무사가 지닌 방대한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먼저 언론에 경고해야 한다”며 “기무사 내란음모 책동에 앞장 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에게 수준 미달의 왜곡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 24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3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 24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3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종합일간지 등은 지난달 3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 소장을 향해 말한 혐오 발언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임 소장 측 ‘기무사 계엄 문건’ 폭로활동을 비판하며 “임 소장이라는 분은 성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 겪고 있는 자다. 그런 자가 군 개혁 주도한다는 점은 어불설성”이라고 말했다.

임태훈 소장은 회견에서 “군인권센터는 나라를 도둑질하려는 군에게 도둑이라고 외쳤는데 지금 자유한국당을 보라. ‘니네가 새벽에 소리질러서 잠자는 사람을 깨워 권리를 침해했으니 조용히 하라’거나 ‘왜 경찰도 아닌 니들이 도둑놈을 잡느냐’는 말도 안되는 트집과 땡깡을 부리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이어 “여기에 대해 언론인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며 “저희는 지금 거악인 기무사와 싸우는게 바쁘다. (시민사회가) 여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언론인들은 헛소리하는 정치인들을 펜대로 눌러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인원 30% 감축 △민간인 사찰 부대(60부대) 폐지 △대통령 독대 보고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기무사 개혁위원회(개혁위)의 개혁안이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개혁위에 기무사 요원이 2명 있었다. 수술대에 누워야 할 환자임에도 본인이 본인을 집도하겠다고 나선 우스꽝스러운 개혁위”라고 언급했다. 개혁위원 13명 중 9명이 군인이거나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예비역이며 그 중 3명이 전·현직 기무사 요원이다.

임 소장은 “인적 청산 없는 개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인원 30% 감축, 일부 부대 폐지 등의 방안이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60 부대를 없애는 걸 개혁이라 선전하는데 기무부대는 전국에 산재해 있어 언제라도 기무부대가 민간인 사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 인원 감축에 대해 그는 “어차피 잉여인력을 내보낼 것이다. 각 계급별 명예퇴직자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이번 개혁안 점수는 F학점이다. 재수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한상희 헌법학 교수(건국대 로스쿨)는 기무사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를 명시한 헌법 5조2항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문제 문건을 보면 국회 기능을 정지시킨다든지, 의원을 무차별 체포한다든지, 위수령 폐지 법령에 대해 대통령으로 하여금 거부권을 행사케 한다는 등 국회의 의사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며 “군이 직접정치 세력이 돼 우리 헌정 체제를 뒤흔들고 뒤집어 버리는 음모”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정보기관 속성은 아무도 모르게 어떤 일을 한다는 밀행성과 비밀성이다. 정보라는 개념 자체는 아주 모호하고 광범위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권한이 확장될 수밖에 없다”며 “정보기관 권력은 한번 확정되면 끝도 없이 확정된다. 기무사 조직은 문자 그대로 혁파 수준에서 개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무사 전신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다. 1990년 보안사에 근무했던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보안사가 정계, 노동계, 종교계 등 인사들을 무차별 사찰해 온 사실이 폭로됐고 노태우 정권 퇴진운동으로 확장됐다. 이후 개혁 차원에서 기무사로 변경됐으나 현재 기무사도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을 사찰했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은 “또다시 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결국 기능과 감시 체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름만 바꾸고 약간의 기능 변화만 줬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혁안에 기능 변경이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인원이 더 늘어나고, 어떤 명분으로 기능이 확대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무사의 자기 반성이나 사죄는 없었다. 창설 이해 최대 위기를 맞은 기무사가 조직 보위에 명운을 건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은 이들을 엄호하며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물타기에 당력을 총집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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