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랑 EBS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장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방통위) 측과 UHD 송신설비 비용 부담 관련 각서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EBS 내부에서 장 사장을 EBS 사장으로 둘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유규오·EBS지부)는 1일 오후 일산 EBS 사옥 1층 로비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장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장 사장은 지난해 12월14일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이 제시한 ‘수도권 지상파 UHD 송신 지원에 관한 합의 각서’에 서명한 의혹으로 비판받고 있다. EBS지부는 방송법상 UHD 송신 설비 비용은 KBS가 부담하도록 돼 있음에도 방통위가 무리하게 중재에 나섰고 장 사장이 EBS 이사회도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합의했다고 지적한다.

EBS지부가 공개한 각서 내용은 △EBS의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설비 구축 비용 4분의3을 KBS가, 4분의1은 EBS가 부담 △위 사항은 수도권 지역 지상파 UHD 방송(보조)국에 한함 △EBS의 타 지역 UHD 송신 지원 사항은 관련 법령 개정 이후 해결 등이다.

EBS지부는 1일 비상총회에서 장 사장이 서명 사실을 시인했던 상황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지난달 27일 EBS지부의 사장실 항의 방문 당시 장 사장은 “(각서 내용이) 전체적으로 EBS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전략적인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밀은 지켜질 수 있다. 세상의 수많은 그런 경우에서 역사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지난달 27일 장해랑 EBS 사장과의 면담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EBS지부.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지난달 27일 장해랑 EBS 사장과의 면담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EBS지부.

EBS지부가 UHD 송신 설비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냐고 묻자 장 사장은 “KBS가 주장하는 금액은 2700억 원, 감사원은 1700억 원”이라며 “방통위가 우리 회사가 최소한 물어야 하는 금액으로 10~30억 원 정도를 말했다”고 답했다. 3번 조항에 대해서는 “그전부터 (방통위가)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강요를 받아 서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요 아니다. 협상한 것”이라고 했다. EBS지부는 장 사장이 지난해 12월14일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다음날인 15일에도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 사장은 사흘 뒤인 지난달 3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서명 사실을 부인했다. 장 사장은 “기억의 혼선으로 회사를 충격의 수렁으로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각서 관련 문의가 이어지자 본인이 서명했을 것으로 판단해 EBS 경영진과 노조 모두에게 서명 사실을 시인했지만, 지난달 27일 오후 허욱 부위원장과 통화를 한 뒤 비로소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 EBS 노조·직능단체협회 “장해랑 사장 퇴진하라” ]

이날 총회에 참석한 EBS지부 조합원들은 장 사장에게 실망감을 전했다. EBS 재무회계부 소속의 한 조합원은 “나는 강성 노조원도 아니고 적극적인 사람도 아닌데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회사다 전대미문의 위기다. 적자 예산이 185억 원 편성됐고,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보면 적자폭이 300~400억 원대까지 나올 수 있다”며 “가라앉는 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사장이라는 사람이 오히려 구멍을 더 크게 만들었다. 이게 어떻게 CEO의 전략적 판단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1년2개월 임기의 사장이 어떻게 이런 큰 판단을 상의도 없이 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나. 황당무계하다”며 “얼마나 EBS 조직원들을 무시하고 만만하게 봤으면 그렇게 쉽게 졀정하고 변명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조합원들은 총회 도중 장 사장에게 퇴진 요청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단체행동을 했다.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1일 일산 EBS사옥 로비 1층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장해랑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1일 일산 EBS사옥 로비 1층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장해랑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1일 일산 EBS사옥 로비 1층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장해랑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1일 일산 EBS사옥 로비 1층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장해랑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유규오 EBS지부장은 이날 “장 사장이 EBS 이익에 반하는 각서에 몰래 서명한 것은 명백한 배임이고 7개월 동안 이 사실을 은폐한 것은 직원과 EBS 이사회에 대한 기망”이라며 “장 사장은 EBS 사장으로서 리더십도 자격도 상실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모든 진실을 찾아서 반드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지부장은 또 “말도 안 되는 각서의 원천은 방통위다. UHD 송신 지원은 방송법상 KBS 업무로 명시돼있다. 송신지원을 안 하면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EBS가 양보해야 할 임의법규처럼 바꾼 것은 명백하게 방송법 위반”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방통위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꼭 받아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EBS 사옥 1층에 농성장을 설치한 EBS지부는 매일 오전 장 사장 항의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EBS지부는 조만간 방통위에 대한 책임도 강하게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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