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대법원이 추가 공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에 조선일보가 다수 언급된 것과 관련해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지와는 무관한 내용”이라 밝혔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비공개로 묶어놨던 행정처 문건 196개(중복 문건 제외)를 지난달 31일 추가 공개했다.

공개된 196개 문건 가운데 ‘조선일보’가 들어간 것은 “(150128)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 “(150203)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150203)조선일보 칼럼(이○○ 스타일)”,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 “(150331)조선일보 기고문”, “(150427)조선일보 홍보 전략”, “(150504)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150506) 조선일보 방문 설명 자료”, “(150920)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등 9건이다. 

▲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벌어진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 미디어오늘 PD
▲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벌어진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 미디어오늘 PD
이 문건들이 작성된 시기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강효상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조선일보 문건’들을 보면 행정처가 조선일보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에 우호 여론을 조성하려 한 정황이 확인된다.

이를 테면 행정처는 상고법원 홍보를 위해 조선일보의 설문조사와 좌담회, 기획 기사를 계획하거나 조선일보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고법원 여론을 수집하는 등 대표 보수 언론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상고법원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주체로 조선일보를 꼽고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관련 광고 등을 게재하면서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대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며 조선일보 지원 방안을 세웠다. 지원 예산과 관련해선 “사법부 공보 홍보 활동 지원 세목 9억9900만 원 편성”을 명시했다.

조선일보에서 상고법원 설문조사 보도는 찾을 수 없었지만 2015년 조선일보는 상고법원 특집 보도를 실었다. 상고법원 보도와 관련 대법원이 조선일보에 협찬금·광고비 등을 넘겼는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는 1일 보도에서 “행정처의 계획대로라면 국고횡령 예비 혐의로 수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검찰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앞서 조선일보에 실린 상고법원 찬성 논조의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기고(2015년 4월13일자 “대법원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는 현재 행정처 대필 의혹이 포착돼 검찰 수사 중이다.

▲ 조선일보 2018년 8월1일자 10면.
▲ 조선일보 2018년 8월1일자 10면.
행정처와 유착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조선일보는 1일 기사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언론 홍보 등과 관련해 본지가 언급된 문건도 9건 있다. 상고법원 홍보를 위해 본지에 설문조사, 지상좌담회 등을 싣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지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행정처는 본지 외에도 다양한 언론 접촉 방안을 모색했다”며 “경향신문에 대해선 조국 서울대 교수(현 민정수석)를 거론하며 ‘(칼럼 게재) 성사 시 파괴력에 비추어 다시 접촉 시도할 필요 있음’이라고 돼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비공개 문건을 공개한 대법원에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문건을 공개해 또 다른 의혹만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 행정처 기조실과 사법정책실이 2015년 4월25일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 사진=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
▲ 행정처 기조실과 사법정책실이 2015년 4월25일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 사진=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

대법원이 추가 공개한 문건 가운데 매체 이름이 제목에 언급되는 언론사는 조선일보, KBS(파일명 “10월21일 원세훈 공판 ‘KBS 윤OO 기자’”), 미디어오늘(“‘140929’미디어오늘기사관련”)뿐으로 행정처는 언론 가운데서도 조선일보를 우호적으로 평가하며 “상고법원에 대한 현재의 우호적 태도를 넘어 상고법원에 관해 한 배를 탄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의 지속적인 기사 게재가 필요”하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4년 9월29일 “김동진 판사 징계청구에 누리꾼들 ‘재판장 탄핵’ 국민청원”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린 이범균 재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행정처 홍보심의관은 2014년 9월29일 “미디어오늘 기사 관련 언론 동향보고”이라는 문건에서 미디어오늘 기사 요지를 전하고는 “법조 출입 기자들은 전반적으로 (이 사안에)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반박 자료 배포를 통해 적극 대응하는 경우 오히려 한겨레, 경향 등 진보 언론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새로운 기사를 제공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 법원행정처와 조선일보의 만찬 “한명숙 사건 처리 독촉”]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