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상고법원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이정현 무소속 의원을 연결고리로 박근혜와 독대를 하려고 했던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을 로비창구로 삼은 셈이다.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문건 중에는 대법원 인사가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을 두차례 접촉해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독대를 추진하고자 했던 면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정현 의원 면담 주요 내용”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외 2”명은 지난 2015년 6월 4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식당(청와대 수석들이 자주 찾는 한정식당으로 표기)에서 만났다.

면담 요지를 보면 이 자리에서는 법원행정처 인사는 “사법부가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과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 “이정현 의원은 유권자들로부터 상고사건에 대한 처리 지연 관련 민원을 많이 받는다며 상고법원 도입안에 대한 공감 표명”했다고 적시했다.

이정현 의원과 만남을 통해 실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부속실장과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나왔다.

대법원은 “21:00경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 현충일 또는 광복절 등을 계기로 VIP 접견 필요성을 전달, 이병기 비서실장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했고, 정호성 부속실장과도 이정현 의원이 통화해 “민정수석이 상고법원안에 반대하겠지만 VIP 접견 필요성을 설명 ⇒ 부속실장은 VIP 미국 순방 후 가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면담 결과를 정리했다.

대법원은 면담 당시 이정현 의원의 상황도 정리했다. 로비창구로서 이 의원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 의원에 대해 “20대 초선에서 3선이 될 경우 당대표 도전 의사”, “송광사 일주문 예산 25억”, “지역구 활동 "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 지역구민에게 다가감, 지역 행사 시 단상 인사 변화”라고 정보 내용을 적었다.

이 중 “송광사 일주문 예산 25억원”이라는 대목은 2015년 당시 이정현 의원의 지역 현안 문제를 파악한 내용으로 보인다. 이정현 의원과 송광사는 인연이 깊다. 불교닷컴은 2014년 7. 30 재보궐선거 곡성 지역에서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배경을 놓고 송광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송광사 주지 무상 스님이 그해 6월 이정현 의원을 만나 집권여당이 호남 지역에서 한 일이 없다고 질타를 했고, 이후 이 의원이 서울 동작을이 아닌 곡성으로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KBS 보도 개입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노컷뉴스
▲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KBS 보도 개입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노컷뉴스

불교닷컴은 “전남 지역에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송광사가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준 것은 이정현 후보가 무상 스님과의 만남 직후 지역발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리를 즉시 취한 것이 진정성이 있는 정치인이라는 신뢰를 주면서부터”라며 “특히 동작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고향인 곡성으로 내려와 선산을 찾은 이 후보가 송광사 현안에 즉답을 한 행보가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사를 비롯한 순천 불교계는 이 후보가 순천 곡성 지역 후보자로 확정되면서 ‘예산 폭탄론’으로 불린 지역 현안 해결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에 신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법원행정처가 이 의원과 송광사의 인연을 파악하고 지역 예산 현안 정보까지도 염두에 두고 로비창구로 삼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하다.

법원행정처는 일주일 후인 6월 12일 이정현 의원실에서 다시 이 의원과 면담을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 면담 결과 보고”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사법한류 추진 방안”을 주제로 이 이원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상고법원에 대한 적극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법원행정처는 파악했다.

법원행정처는 “(이정현 의원이)대법관 증원론과 상고법원 설치 방안을 놓고 의견대립이 있다고 들었으나, 본 의원은 여러 사법선진국가 사례 등에 비추어 상고 법원설치가 옳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면담 결과를 정리했다.

이 의원이 사법한류 추진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현 실정에 맞는 시의적절한 정책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문건은 적고 있다.

이 의원이 “BH에 바로 보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국가적 아젠다로 삼아 추진해 볼만한 정책이라고 사료되지만 보고 방식 관련하여 VIP께 직접 보고하는 방식과, 비서실이나 부속실 등 보좌진을 통하는 방식 중 어느 것이 나올지 고민”했다고 한다.

향후 조치에 대해서도 “보고 직후 이정현 의원께서 BH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바로 전화통화를 하였으나 전화연결이 되지 않음”, “BH와 연락 후 그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말씀함”이라고 정리했다.

법원행정처와 이 의원과의 두차례 만남 뒤 실제 두 달 뒤인 2015년 8월 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와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 양 전 대법원장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하류 추진” 문건을 지참했다. 문건에는 ‘선진 사법 시스템’을 구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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