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여론 영향력이 큰 현재 민정수석을 맡고 있는 조국 교수를 접촉하는 계획을 세웠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한 문건 중 공개하지 않았던 196건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문건 중 “상고법원 입법추진관련 민변 대응 전략”에 따르면 “조○ 교수 등 진보 성향 교수 접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조○ 교수 등 ⇨ SNS 등을 통하여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교수들 존재함”이라고 파악했다.

그러면서 “접촉·소통 가능성 있음 ⇨ 반드시 ‘상고법원안 찬성’ 의견까지 밝히지 않더라도 ‘상고법원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음’이라는 정도의 의견만 밝히는 것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진보 진영의 단일한 공식 입장이 상고법원안 반대가 아님’을 진영 내에 확인하는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건에 나온 조○ 교수는 조국 민정수석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서 진보적 색채의 인사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제시해 현재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인 점에서도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민변은 민변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지난 16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고 민변 대응 전략 문건이 존재하며 문건에 조국 교수를 회유하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법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도 “특히 야당 의원들의 반대 기류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국회와 일반 여론의 상고심 반대 움직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민변에 대한 적극적 대응 전략 수립 필요”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약한 고리에 대응한다며 “다양한 사상·의견의 스펙트럼에서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민변 내 상고법원안 찬성 세력 확인·모색”하겠다며 민변 특별회원인 문병호 의원을 접촉 채널로 활용하겠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심지어 민변이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과 관련해 후속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이에 관한 적극적 빅딜 모색은 소송에 관한 내용으로서 극히 민감한 사안이므로 지양”하겠다고 했다. 추진 사항에서 제외했지만 소송 재판을 거래해 목적을 이루려는 발상 자체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 3월21일 오전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사진=청와대
▲ 3월21일 오전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사진=청와대

대법원은 대한변협에 대해서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한변협 압박 방안 관련” 문건에 따르면 대한변협이 지난 2014년 8월 25일 변호사 대회에서 대법원과 사전협의를 무시하고 대법관 증원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했다면서 “대법원도 이제는 화해적 시도와 노력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대한변협을 압박하고 제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했다.

구체적 압박 방안으로 변호사 평가제 도입을 추진하는 내용, 대한변협이 추진했던 변호사 변론주의 반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대한변협신문 광고까지 관여해 게재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법원의 각종 신설 제도 및 법관 임용 계획 등의 홍보 내지 대한변협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하여 대한변협신문에 광고를 게재해왔던 것을 중단”한다면서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대한변협과의 관계 절연 의지를 드러내기에 적합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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