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랑 EBS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측이 제시한 UHD 송신 설비 관련 각서에 합의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EBS 구성원들이 장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장 사장이 E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언론노조 EBS지부와 EBS 직능단체협회는 장 사장이 말을 바꾸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유규오·EBS지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12월14일 장해랑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허욱 부위원장이 들고 온 ‘수도권 지상파 UHD 송신 지원에 관한 합의 각서’(이하 UHD 합의 각서)를 밀실에서 단독으로 서명했다”며 “장 사장이 밀실 서명한 각서는 현행 방송법과 감사원 조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UHD 합의 각서 주요 내용은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설비 구축 비용을 KBS가 4분의3, EBS는 4분의1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EBS지부는 방송법상 EBS 방송 송신 지원은 KBS가 이행할 업무인 데다, 장 사장이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합의해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EBS지부는 지난 30일부터 일산 EBS 사옥 1층 로비에서 장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반면 장해랑 사장은 지난 30일 오전 E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본인은 각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 서명 했을 수도 있다고 착각했을 뿐 실제 서명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지난 30일부터 일산 EBS 사옥 1층 로비에 농성장을 촉구하고 장해랑 EBS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EBS지부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지난 30일부터 일산 EBS 사옥 1층 로비에 농성장을 촉구하고 장해랑 EBS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EBS지부

장 사장은 지난 25일 UHD 각서 관련 문의를 받은 뒤 서랍을 뒤져 문건을 찾았고, 26일 방통위에 찾아가서 만난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이 언성을 높였기에 ‘서명을 했나 보구나, 그렇다면 과정과 내용을 감추지 말고 전부 다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관련 문건을 노조에 보여줬다고 했다. 장 사장은 그러나 27일 ‘의견을 나눴을 뿐 서명한 적 없다. 서명한 적도 받은 적도 없으니 문건은 당연히 없다’는 허 부위원장 연락을 받은 뒤에야 12월14일 기억이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장 사장은 “당시 UH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던 허욱 부위원장이 그날도 직접 EBS를 방문해 새 제안을 했고, 나는 당시 KBS 경영진이 절대 받지 않을 것이며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 그때 나서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며 “스쳐지나가는 문건이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간부들에게도 공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사장 해명은 오히려 반발을 낳았다. EBS직능단체협회(경영인·그래픽·기술인·기자·미술인·연구인·카메라맨·PD협회)는 이날 장 사장을 향해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각서는 전략적인 경영 판단 하에 서명했다고 당당히 밝힌 당신이 자신의 기억조차 믿지 않게 됐다. 이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놀라움과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 간의 명백한 법적 관계를 밀실 서명, 원본 폐기 시도, 서명 사실 부정 등 촌극으로 곤두박질시키는 저의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직능단체협회는 장 사장이 노조 면담 전부터 노조 뿐 아니라 EBS 부사장, 정책본부장, 기술본부장에게도 서명 사실을 시인했으며 27일에는 노조 측에 “전략적 경영판단으로 서명했으며 10~30억 원 예산이 발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서 관련 제보를 받은 지난 23일부터 장 사장이 입장을 밝힌 30일까지 경과를 일지 형태로 공개했다.

유규오 EBS지부장은 장 사장과 허 부위원장을 향해 “대한민국 차관급 인사들이 전날엔 각서 내놓으라고 싸우다가 다음날 각서 자체가 없고 서명하지 않았다는 기억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장 사장 리더십은 붕괴됐고 공영교육방송 수장 자격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유 지부장은 “EBS지부는 배임과 거짓·위선으로 EBS를 더럽히는 장해랑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모든 투쟁을 다할 것이며 방통위 직권남용에 대해서도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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