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청와대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국정홍보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유민영 전 춘추관장이 국정홍보비서관에 내정된 게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말했다. 다만,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국정홍보비서관 내정에 대해 “실제 별도로(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제 입장을 말할 상황이 안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존 홍보기획비서관을 그대로 두고 각 부처 간 정책 홍보를 조율하는 역할로 국정홍보비서관직을 신설키로 했다.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언론 스킨십에 능하고 조직 사이 이견을 조율하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과 연설기획비서관실 행정관, 그리고 춘추관 선임행정관을 거쳐 청와대 춘추관장을 역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도 메시지팀장으로 활약했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안철수 후보의 언론공보담당으로 영입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선 직전 단일화 제안 및 후보 양보론에 맞서 놓고 문재인 후보-민주당과 기싸움을 벌이면서 최전방에서 안철수 후보의 입 역할을 했다.

대선 이후 그는 안철수 전 대표를 떠나 에이케이스라는 컨설팅 회사의 대표를 맡았다. 위기전략컨설팅 회사로 기업이 위기에 닥쳤을 때 해결책을 제시하는 리스크 컨설턴트다.

▲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 사진=노컷뉴스
▲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 사진=노컷뉴스
그는 2013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청와대 대변인실과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했던 경험이 자신의 위기관리 역량이라고 밝혔다. 그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기업의 사건사고가 공중의 영역이 됐다면서 “위기 관리의 한 축인 사과는 누구를 메신저로 세우고 무슨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어느 미디어를 활용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특히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1기가 정부의 색깔을 드러내는 방향을 잡았다면 문재인 정부 2기는 정책을 통해 능력있는 정부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해왔다.

이에 따라 청와대 2기 조직 개편도 정책 홍보기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홍보기획비서관을 신설한 것도 아무리 뛰어난 정책도 시민이 체감할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정책 중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정책 홍보기능을 강화해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으로 보면 각 정부 부처의 정책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위기관리 현장에서 지켜봐왔던 유 전 관장의 경험을 청와대에 적용시켜 문재인 정책 중 리스크가 높은 사안을 점검하고 추진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유 전 관장은 지난 5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포항 지진 당시 수능 시험 연기를 결정한 것을 예로 들어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굉장히 빨랐다”고 평했다.

유 전 관장은 “대통령의 권위적 상징성이 있는 청와대 본관이 아니라 비서동에 출근해 언제든 이슈에 반응하고, 즉각 문제를 고쳐낼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위기관리에 주효했다”면서 “과거 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캠페인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금방 회귀했다면, 현 정부는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아직 정부 부처는 부족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대국민 소통의 컨트롤 타워로서 큰 그림을 잡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을 직접 상대하는 카운터 파트너라고 한다면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정책을 돋보이게 하거나 정책 실패까지도 고려한 여론까지 살피는 역할을 맡을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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