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으로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조사키로 결정하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변은 지난 2월8일 북한식당 종업원 12명의 부모로부터 자녀들의 인신구제를 위임 받아 신체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은 민변의 진정서에 따른 결과다.

민변은 진정서에서 “피진정인들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피해자들을 기획 입국시킨 범죄행위였고, 그 결과 이 사건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4개월간 대한민국에 강제로 정착하여 생활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피해자들은 범죄행위의 피해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신원이 탄로날까봐 어디서든 신원을 숨기면서 생활해야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jtbc는 지난 5월 지배인 허강일씨와 종업원을 인터뷰해 기획탈북 의혹 정황을 제기했고, 7월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이들을 면담한 뒤 자의에 의한 탈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민변은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이 늦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변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이래 지배인 허강일과 피해 종업원 5명을 수차례 조사 진행한 결과, 피해 종업원 5명 전원으로부터 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 도착할 때까지 한국으로 입국한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대사관 앞에서 지배인 허강일의 협박으로 한국행을 강요받은 사실을 파악하였음에도 지금까지 직권조사결정은 물론 시급한 인권구제조치를 미루어왔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이미 자체조사로 자의에 의한 탈북이 아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조사내용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 지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민변은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수사권이 없는 한계도 지적했다. 민변은 “수사권이 없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기획탈북범죄에 대한 고발에도 불구하고 전혀 수사에 대한 의지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위한 수사체제를 갖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탈북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과 자발적 탈북이라고 주장하는 통일부가 인권위의 직권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진상규명이 늦어지면서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민변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진상을 밝히고 국가기관이 자행한 범죄와 이로 인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피해종업원들이 가족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그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도주의 및 인권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분단적대를 악용한 불미스러운 과거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기획탈북범죄의 진상규명에 신속히 철저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국정원 관계자의 직무 배제 △검찰의 강제 수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조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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