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228건을 이르면 30일 공개한다. 이 중 조선일보가 거론된 문건 내용이 주목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언론을 어떻게 활용하고 로비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 5월 조사 보고서에 언급한 문건은 모두 410개. 이번 공개되는 문건은 지난 6월 공개된 98개를 제외한 나머지 302개 가운데 중복 문건을 뺀 228개다.

‘조선일보’가 언급되는 문건 목록은 △(150128)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 △(150203)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150203)조선일보 칼럼(이○○스타일)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 △(150331)조선일보 기고문 △(150427)조선일보 홍보 전략 △(150504)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150506)조선일보 방문 설명 자료 △(150920)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150920)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등 10건. 10개 문건이 작성된 시기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벌어진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 미디어오늘 PD
▲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벌어진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 미디어오늘 PD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지난 2015년 4월13일자에 실린 상고법원 도입 찬성 칼럼(“대법원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을 행정처가 대필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기고자인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을 참고인 조사했다. 앞서 설명한 조선일보가 언급된 문건 중 ‘(150331)조선일보 기고문’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오 전 총장 기고문과 사실상 같은 내용임을 확인하고 행정처가 기고문을 대필한 정황을 조사 중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행정처가 기고문을 대신 썼고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기고문을 오 전 총장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오 전 총장은 JTBC와 통화에서 “당시 행정처 부탁이 있었다”며 “임 전 차장이 보낸 글에서 조금 수정했다”고 했다.

▲ 2015년 4월13일자 조선일보 기고.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이 칼럼을 행정처가 대필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 2015년 4월13일자 조선일보 기고.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이 칼럼을 행정처가 대필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승태 시절 행정처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돈인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형사 사건 진행 상황을 지속적 관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방 사장의 차남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는 이 전 총장의 딸 이주연씨와 지난 2008년 3월 결혼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립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물론 조선일보 사주의 사돈 재판까지 직접 챙기며 재판 거래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양승태 대법원이 이 전 총장의 형사 사건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검토한 문건을 확인했다는 것인데, 행정처가 이 전 총장 사건 정보를 보고받은 것은 권한남용이다.

▲ 경향신문 지난 7월24일자 5면.
▲ 경향신문 지난 7월24일자 5면.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이 전 총장 재판을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조선일보 기사나 칼럼이 보도되는 데 활용하려고 시도했는지 확인한다. 이 밖에도 검찰은 조선일보가 원·피고인 민사 사건 현황을 행정처가 일괄 관리한 문건도 임 전 차장 컴퓨터에서 확인했다.

대법원은 26일 “안철상 행정처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보고서에 언급한 410개 문서파일 중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문서파일을 원칙적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만큼 문건 공개를 통해 행정처 입김과 로비에 여론과 언론이 어떻게 휘둘렸는지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결정은 지난 23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미공개 문건을 전부 공개하라”고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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