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2016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아프리카TV BJ들을 불러 호통쳤다. 이날 위원들은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거나 “제약 없이 무작위로 해주니까 (문제)”처럼 인터넷 방송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호통을 들은 BJ 철구형은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방송 심의는 ‘꼰대 심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4기 방통심의위에서도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이 출석했다. 통신심의소위원회(위원장 전광삼)는 27일 오전 성기노출 등 음란 방송을 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 13명과 이들 방송을 내보낸 인터넷방송업체 대표의 의견진술을 들었다.

▲ 27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통심의위 통신소위가 열렸다.
▲ 27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통심의위 통신소위가 열렸다.

이번 심의 사안이 전보다 심각성이 컸지만 BJ들에게 호통치는 위원은 없었고 오히려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위원들은 주로 “(노출에 대한) 경고는 바로 고지를 받나요?” “동영상 업체가 교육하는 게 있나요?” “고의성이 있었나요?” 등 당시 상황과 입장을 물었다.  한 BJ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자 이소영 위원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담담하게 얘기해달라”고 주문했고 전광삼 상임위원(소위원장)은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업자에게도 호통은 없었다. 이소영 위원은 해당 방송을 내보낸 업체 대표에게 “사업자 문 닫게 하려는 목적으로 제재하는 건 아니다”라며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자율규제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보지 않는다. 주제 넘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심도 있게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신소위는 이 업체에 ‘자율규제 강화’를 권고하면서 진행자에 대한 사전 교육 등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진행자들에게는 10~15일의 이용정지(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다.

제재 권한이 분명한 방송과 달리 통신심의는 심의 자체가 논란이 돼 왔다. 현행법상 방통심의위가 사업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권한밖에 없고 이마저도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적 기구의 결정이기에 국내 사업자들은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방통심의위 통신권익보호특위 위원)는 통신심의상 의견진술 절차가 “시정요구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임을 고려해 당사자에게 일종의 사전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며 “기관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마치 당사자들을 소환해 심문, 취조하고, 당사자의 태도를 시정요구 결정에 반영하는 절차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4기 방통심의위원들이 비교적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은 권한을 정확히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1인 미디어 산업의 건전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자율규제 활성화 및 공적규제 최소화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4기 방통심의위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내린 이용정지 등 제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용정지는 해당 사업자가 진행자의 방송을 일정 기간 동안 못하게 하는 조치다. 손지원 변호사는 이용정지 결정이 “사업자와 이용자 간 사적 계약에 행정기관이 개입하는 것이고 정보 자체에 대한 제재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인적 제재”라며 “시정요구는 정보 자체에 대한 유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이용정지, 해지가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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