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랑 EBS 사장이 UHD 송신설비 구축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각서에 서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EBS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장 사장이 방송법을 위반하는 합의각서에 서명한 뒤 이를 은폐했다며 장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BS지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12월14일 장해랑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허욱 부위원장이 들고 온 ‘수도권 지상파 UHD 송신 지원에 관한 합의 각서’를 밀실에서 단독으로 서명했다”고 밝혔다. EBS지부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말문이 막히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믿을 수 없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각서 요지는 EBS의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설비 구축 비용 4분의3을 KBS가, 4분의1을 EBS가 부담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EBS지부는 해당 각서에 EBS가 전국 송신 비용까지 부담할 가능성이 농후한 법령 개정도 언급돼있다고 지적했다.

EBS지부는 “장 사장이 밀실 서명한 각서는 현행 방송법과 감사원 조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법 제54조는 EBS가 행하는 방송의 송신 지원을 KBS가 이행해야 할 업무로 명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감사원도 방통위에 “KBS가 UHD 교육방송 송신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장 사장이 수십, 수백억 원대 재원이 필요한 결정을 하면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EBS지부는 이 역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위반이라며 각서에 서명한 시점은 EBS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하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장해랑 EBS 사장. 사진=EBS
▲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장해랑 EBS 사장. 사진=EBS

KBS와 EBS간 합의 내용이 명시된 각서에는 EBS 측 서명만 기재된 상태다. EBS지부는 해당 각서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EBS지부는 “진상 파악에 나서자 장 사장은 지난 26일 아침 황급히 방통위로 출근해 각서를 폐기해달라고 간청했다. 이렇게 부끄럽고 황당한 촌극이 있었는가. 무능함을 가장한 가면 뒤에 더 섬뜩한 ‘커넥션’이 있는 것인가”라며 “비밀 각서가 위법하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면 왜 7개월간이나 은폐하고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유규오 EBS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통위가 불법적인 합의 각서를 종용한 것은 직권 남용이다. 위법을 강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BS지부는 내주 조합원 총회에서 의견을 모은 뒤 내부 투쟁을 진행하고 이후 방통위를 향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EBS 사측은 “현재로서는 따로 (입장을) 드릴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장해랑 사장 임기는 전임 우종범 사장 잔여임기인 오는 11월까지다. 문재인 정부 첫 공영방송 사장으로 취임한 장 사장은 KBS 다큐멘터리 PD출신으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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