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업준비생 등의 고충을 듣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광화문 맥줏집에 등장해 ‘깜짝’ 만나는 행사를 마련했다. 그런데 참석자 중 과거 대통령 후보 홍보영상에 출연했던 시민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밤 호프집에서 만난 청년은 지난 겨울, 시장통에서 문 대통령과 소주잔을 기울인 바로 그 청년”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언제까지 이런 쇼통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가져가려고 하는 건지 지켜보겠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가 말한 청년은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노량진 소재의 한 빨래방에서 깜짝 만남을 했던 군무원 준비생 배준씨다. 배준씨는 당시 빨래방에 나타난 문 대통령과 만나 취업 준비생으로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문 대통령과 삼겹살을 먹었다.

김 원내대표는 광화문에서 열린 깜짝 맥주 미팅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을 몰랐다고 했는데 과거 문 대통령과 만난 배준씨를 섭외한 것으로 봤을 때 쇼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27일 열렸던 광화문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참석하지만 참석자들은 정부 부처 관계자를 만나러 오는 줄 알고 있다며 대통령과 깜짝 만남임을 강조했다.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취지의 일환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시민의 의견을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생생한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대통령과 깜짝 만남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3월 문 대통령과 만났던 배준씨가 이번 행사에도 참석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는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는 배준씨가 참석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당초 깜짝 미팅이라는 행사의 취지도 일부 말을 바꿨다.

청와대는 배준씨를 의전팀에서 연락해 참석시켰다며 “대통령 일정임을 알고 온 유일한 참석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에 만났던 국민들을 다시 만나 사연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26일 광화문 한 맥줏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등장해 시민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 26일 광화문 한 맥줏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등장해 시민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는 배준씨가 현재 광주에 있는 대학에 복학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 같은 관례가 과거에도 있었다며 예를 들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공무원 준비생으로 만난 조연수 경찰관을 2017년 경찰관이 돼 만났다는 것이다.

깜짝 맥주 미팅 행사를 두고 시기가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의 고심은 최저임금 인상과 연결된 자영업자 지원, 고용 불안 및 감소 등이다. 청와대가 조직을 개편하면서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집중 해결하겠다는 뜻이 깔려있다. 깜짝 맥주 미팅 행사도 문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이들의 고충을 듣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뜻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깜짝 맥주 미팅이 있었던 시간, 노회찬 의원의 추도식이 열리고 있었고, 27일 국회 영결식 일정을 앞둔 가운데 굳이 이 같은 형식의 행사를 열어야 했었는지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의 기획이 세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의도치 않게 노회찬 의원을 애도하는 시민들 모습과 대비돼 문 대통령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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