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계엄령 선포 실행 계획을 담은 ‘기무사 문건’의 보고 경위와 법적 판단 내용을 놓고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에 국군기무사령부는 25일 계엄 문건과 관련해 지난 9일 송영무 장관이 “문건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다만 권한 이상의 행위를 했는지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발언한 군 간부 간담회 회의록을 국회 국방위에 제출했다.

아침 종합일간지는 26일 군 최고 지휘관과 그 직할 부대가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이틀째 ‘거짓말 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 사안을 집중 보도했다.

다음은 26일 아침 종합일간지가 보도한 기무사 문건 관련 기사 제목과 사설이다.

조선일보-군의 추락 (1면)
동아일보-기무사, 국방부가 서명 요구한 ‘송 국방 발언 관련 확인서’ 공개 (5면)
중앙일보-기무사 “송영무, 폭탄급 문건 이철희에게 왜 줬냐 말해”(6면)
한겨레-“위수령 잘못 아니다” 송영무 발언 보고서에…국방부 “사실무근” (6면)
경향신문-군, 자정능력 상실…산으로 가는 ‘계엄령 사태’ (1면)
서울신문-기무사 “송영무, 위수령 잘못 아니다” 발언…국방부 “사실무근”(5면)
세계일보-야 “위수령 잘못된 것 아니다” 송 발언 담긴 보고서 공개 (3면)
조선일보-장관은 거짓말 의혹, 기무사는 폭로전, 막가는 군대
동아일보-令 안 서는 송영무 경질하고 기무사 전면 개혁하라
중앙일보-군 지휘권 뒤흔든 진실 공방, 낱낱이 밝혀내야
한겨레-계엄 실행계획의 ‘진실’ 밝히는 게 훨씬 시급하다
경향신문-문제의 본질은 계엄 문건의 진실과 군 개혁이다
서울신문-본질 벗어난 계엄문건 진실공방, 군 이대로 둘 것인가
세계일보-국방장관·기무사 입씨름 추태, 계엄 문건 본질 흐려선 안돼

▲ 지난 7월24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7월24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선일보는 3면 종합기사에서 기무사 문건 공방 때문에 나라의 안보가 걱정된다고 보도했다. 조선 3면 기사는 “송 장관과 기무사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군이 안보 현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개혁 2.0,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비무장지대 GP철수 등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남북 군사 조치 등을 송 장관과 국방부가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조선은 기무사 문건 내용은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최근 공개된 기무사 문건 67쪽짜리 세부자료를 보면 촛불 세력, 태극기 세력 모두에 의한 폭동을 염두에 둔 것도 분명하다. 국회가 표결로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이를 무산시키려 공작한다는 등의 부적절한 내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가 마비의 최악 사태에 대비한 문건”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은 계급체계가 분명한 군 내부에서 싸움이 일어났다는 게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그렇다고 직속 부하들이 장관의 문제를 폭로하고 나온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온갖 곳에서 정치판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제 군대까지 정치 싸움이다. 기무사 문건 수사를 신속히 끝내고 법원이 판단을 받도록 하고 군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 7월26일자 조선일보 3면
▲ 7월26일자 조선일보 3면
중앙일보는 6면 기사 첫 단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5일 오전 국방부 고위 간부들과 간담회를 열었는데, 송 장관이 민병삼 기무사령부 대령과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는 현장 장면을 전했다.

중앙도 국방부의 내전을 비판했다. “대한민국의 적과 싸워야 할 국방부는 이날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놓고 물밑에서 내전을 벌였다. 전날 국회에서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 민 대령 등이 계엄령 문건을 놓고 공개 충돌한 뒤 이날은 상호 폭로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대 내에서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부 고위 관계자들이 공방을 벌이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국민 앞에서 장관과 기무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생생히 공개돼 너무 창피하다. 쿠데타 세력으로 몰리는 것도 억울한데 집안싸움을 하는 꼴이니 더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송 장관과 기무사령관의 진실 공방을 두고 해석은 접어두고 국방부 내전에 군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했다.

반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동아는 사설에서 계엄령 검토 세부문건은 시대착오적이라 평가했으며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계엄 실행계획의 진실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기무사 문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송 장관과 기무사령관의 진실 공방 두 가지 모두에 집중했다. 동아는 사설에서도 기무사 문건 내용과 국방부 내전 모두를 꼬집었다. 동아는 “전날 국방부가 공개한 67쪽짜리 계엄 검토 세부문건에는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무력화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내용까지 포함돼 기무사 개혁론에 기름을 부었다”라고 설명하며 개혁에 무게를 실었다. 기무사 문건 공방이 벌어지면서 송 장관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동아일보는 “송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도 아직은 ‘교체 불가’ 기류가 더 많다. 현 시점에서 송 장관이 교체되면 계엄령 문건 수사와 국방개혁의 동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땅한 후보군도 없고 개각을 하려면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정국 주도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계엄 실행계획의 ‘진실’ 밝히는 게 훨씬 시급하다”는 사설 제목을 달았다. 한겨레는 “이번 파문의 핵심은 불과 1년4개월여 전에 군이 12‧12 쿠데타와 같은 헌정유린 행위를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7월26일자 한겨레 사설
▲ 7월26일자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도 “문제의 본질은 계엄 문건의 진실과 군 개혁이다”라는 사설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수뇌부가 국회에서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점은 실망스럽고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은 기무사가 초법적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히고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려면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기무사와 군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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