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다룬 조선일보 기사와 편집이 내부에서도 논란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4일자 1면에 ‘노회찬의 마지막 후회’라는 제목으로 노 의원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날 1면 중앙에 배치된 사진은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우승팀인 광주동성고 선수들이 물을 뿌리며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조선일보가 1950년대부터 이 대회를 주최해왔다는 점에서 관련 사진 1면 배치는 이례적 편집은 아니었으나 사진 위치와 크기, 사진 분위기 등에 비춰 편집의 의도성을 의심받았다.

▲ 조선일보 24일자 1면.
▲ 조선일보 24일자 1면.
이를 테면 조선일보는 지난해 7월17일자 1면에 청룡기에서 우승한 배명고의 사진을 실었는데 오른쪽 하단에 작게 실렸다. 지난 2016년 7월16일자에 실린 덕수고의 청룡기 우승 사진 위치도 왼쪽 하단 구석이었다.

이와 관련해 박두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마음대로 해석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내부에서도 보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24일 조선일보 기자들의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굳이 오늘 기쁨을 만끽하는 사진을 1면에 써야 했는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기자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고 믿지만 아쉬움이...”라며 의견을 피력했다.

글이 게시된 후 여러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는 글쓴이를 겨냥해 “우와. 정상 생활 가능하세요?”라고 물었고 그러자 글 작성자는 “그렇죠. 제가 예민한 거겠죠”라고 적었다.

▲ 최근 3년간 청룡기 야구대회 소식을 다뤘던 조선일보 1면 비교.
▲ 최근 3년간 청룡기 야구대회 소식을 다뤘던 조선일보 1면 비교.
사진 편집을 질타하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이들과 다른 닉네임의 조선일보 기자(이하 A기자)는 “일부러 그러진 않았을 테지만 무심한 편집”이라고 비판한 뒤 “무의식적으로라도 애석하거나 황망한 마음이라면 환호하는 사진에 손이 가진 않았을 것이고 간부들 중 누군가는 지적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A 기자는 “사자(노회찬)에게 감정이입이 안 되는 것이다. ‘깨끗한 척하더니, 안 받았다고 거짓말하더니, 내로남불이 드러나니까 자살한거다’라는 피상적이고 진영론적 사고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며 “노골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행간과 제목에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 의견에 반박하는 글도 있다. 반박 글을 작성한 B 기자는 편집에 문제를 제기한 A 기자를 겨냥해 “밖에서 우릴(조선일보) 죽이려고 하는데”라며 “안 그래도 힘든 시간이 우리 조선일보 앞에 왔는데 기자들 사기는 땅바닥”이라고 했다.

B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여서 그나마 인간취급 받고 사람들이 고개 숙이고 밥 얻어먹고 다녔다”며 “분열 조장하지 말라. 안에서 상처 내는 이런 분들 때문에 우리 조선일보는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조선일보 21일자 B2면.
▲ 조선일보 21일자 B2면.
블라인드에는 노 의원 사망 직전인 지난 21일자에 실린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칼럼에 대한 논평도 있었다. 이 기사는 노 의원 아내가 전용 운전기사가 있다는 식으로 쓰여 악의적으로 노 의원 도덕성을 흠집내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노 의원 부인은 전용 운전기사가 없다”고 썼다. 조선일보 블라인드에서 한 기자는 “청룡기야 관행적으로 매년 1면에 썼던 것이라 편집상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노회찬 부인 운전기사’ 칼럼은 팩트체크 좀 하지 그랬나. 동네방네 신나게 까이고 있으니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노 의원 관련 칼럼을 쓴 이혜운 조선일보 기자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도 남겼으나 그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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