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KT제주고객본부소속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바로 다음 날 전신주 설치·망 가설 업무를 하는 대구의 KT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 감전사했다. 그러나 다수 언론은 KT의 노동현실보다 ‘경영 성과’에 주목한다. “황창규 회장의 지휘 속에 취임 첫해 4000억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KT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6월18일 동아일보)처럼 본사의 눈부신 실적은 황창규 리더십의 결과로 포장되고 있다.

오주헌 KT 새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KT는 돈이 안 되는 사업들을 죄다 계열사와 외주로 돌렸다”며 KT의 성과가 회사를 분리하고 ‘노동을 쥐어짠 결과’라고 지적했다. KT 황창규 회장 수사국면인 지난 17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KT가 계열사와 외주업체의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는 것이 ‘적폐청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KT새노조가 최근 KT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입장을 냈다. 사고가 잦은가.

“제주지사에서 사고가 났는데 사실 KT직원이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는 일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현장 일을 KT 본사 직원들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KT는 민영화 이후로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를 계열사로 돌렸다. 애초에 돈벌이가 안 되니 떼 낸 거다. 목적이 그러니 쥐어짤 수밖에 없는 구조고, 그 결과가 산재다. 올해만 KT업무를 하다 세 분이 돌아가셨다.”

▲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
▲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

- 케이블·IPTV 설치·수리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가 연일 논란이 됐는데, KT는 어떤가.

“KT는 설치·수리노동자가 직접고용 정규직이라고 강조하지만 열악하다. 기본급 160만~170만 원 수준이고 수당이 붙는 방식이다. 주5일제라고 하지만 한 달에 두세 번밖에 못 쉬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기본급이 적으니 수당을 벌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 회사는 ‘포인트제’를 운영하는데 사고의 원인이 여기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설치는 건당 1포인트, TV설치는 건당 0.8포인트를 주는 식인데 누적 포인트가 월마다 특정 수치를 넘어야만 성과급을 준다.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일하게 만드는 구조고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 계열사로 분리되면서 여건이 열악해진 곳이 또 있나.

“콜센터 업무도 KTIS, KTCS를 만들어 분리했다. 두 회사 노동자는 각각 1만 명에 달한다. 이들 역시 처우는 열악하고 고객으로부터 욕설·폭언·성희롱에 시달린다. KTCS에는 하이마트 핸드폰 판매직도 있다. 이들은 사실상 사측이 하이마트, KTCS, KT 삼중으로 돼 있다. KTCS 노동자지만 근로계약서와 달리 밤늦게까지 열리는 마트 일정에 맞춰 일해야 하면서도 핸드폰 판매를 담당하는 KT로부터도 압박을 받는다. 이곳은 최근 노조가 설립됐다.”

- 계열사, 외주업체 노동 문제에 KT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나.

“최근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KT는 현장에 ‘안전모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모든 일에는 개인의 책임과 조직의 책임이 모두 있겠지만 KT는 일방적으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KT는 원청으로서 산재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업체를 입찰할 때 KT의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면 KT에서 안전장비를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도급계약일 경우 작업차 등 안전장비 확보를 조건으로 둘 수도 있다.”

▲ 지난 9일 KT가 직원들에게 내린 안전지침.
▲ 지난 9일 KT가 직원들에게 내린 안전지침.

- 앞으로 들어설 새로운 경영진이 해야 할 ‘적폐청산’은.

“KT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KT는 지금까지 직원들을 밖으로 내몰기만 했다. 몇 십 년 씩 한 분야에서 일한 엔지니어들을 갑자기 핸드폰 파는 부서로 발령 내고 말 안 듣는 직원들을 내쫓았다. 이제는 직원들과 함께 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것이 본사에서 멈춰선 안 되고 계열사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익에만 몰두하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 한쪽에선 사람이 죽어나는데 KT본사는 1년에 1조 원씩 이익이 난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익이 덜 나더라도 KT그룹 노동자들을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

- KT새노조는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왔다.

“국민들에게도 환원해야 할 게 있다. 젊은 직원들 중에는 KT가 왜 가계통신비 인하를 해야 하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금 KT는 민간 기업이지만 통신업 자체가 공적 영역인 데다 과거 공기업일 때 국민들 덕에 받은 인프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통신비 인하 과제에 KT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익을 줄여서라도 기여해야 한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하면 LG와 SK도 따라올 것이다. 그래야 국민에게 사랑받는 KT로 되돌아갈 수 있다. KT라면 한국 통신 산업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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