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 50대 남성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여성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인정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 판결이,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수많은 여성인권운동가들이 쟁취해낸 것이었다.
1988년 2월26일 두 남성이 귀가 중이던 한 여성을 강간하려했다. 피해자 변씨는 자신을 강간하려는 신씨의 혀를 깨물었다. 그러자 신씨는 변씨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요구했다. 경찰은 변씨를 구속수사했다. 변씨는 ‘과잉방어’를 이유로 9월7일 형사2차 공판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았다. 여성단체들은 들고 일어났다. 여성신문 0호는 변씨의 이야기를 싣고 ‘이천만 여성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21일 형사선고 공판에서 변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1년으로 감행됐다. 여성단체들은 변씨의 무죄판결을 위해 싸웠고, 변씨는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여성운동의 역사를 그린 ‘여성인권운동 역사만화’의 5화 내용이다. 이 만화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그때의 여성들’에 업데이트된다. ‘여성인권운동 역사만화’는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며 시작한다.미디어오늘은 페이스북에 ‘여성인권운동 역사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 ‘페미포터’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작가 페미포터는 이 만화를 그리게 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도 여성인권 운동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여성인권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건 줄 아는 분도 많고, 오직 부드러운 말로 설득해야 권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크고 작은 권리들은 누군가의 희생과 선배 여성인권운동가 분들의 강렬한 투쟁으로 얻어진 것들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작가는 작은 법 하나를 제정하는데도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싸웠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런 역사를 알지 못하면서 ‘한국 페미니즘은 하는 일이 없다’고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만화를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가장 그리기 힘들었던 에피소드로 7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편을 꼽았다. 해당 에피소드는 1970년 전북 남원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다룬다. 피해자 여성 김씨는 가해자 남성 송씨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이후 김씨는 트라우마에 시달려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는다.
두 번째 결혼도 유지하지 못하게된 김씨는 경찰을 찾아가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김씨는 송씨를 살해한다. 전북지역 11개 여성단체와 인권단체, 대학교 여학생회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성폭력특별법 제정 촉구 활동을 펼친다.
현재까지 만화는 10개의 에피소드가 업로드됐다. 작가는 에피소드의 수를 특별히 정해놓지는 않았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꾸준히 만화를 연재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