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세상을 떠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언론 투쟁 현장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많은 언론인들은 언론 노동자 파업 때마다 현장을 찾아 연대를 실천한 그를 쉽게 잊지 못한다.

노 의원 이력 가운데 ‘언론사 발행인’도 있다. 그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지난 2012년 10월 자신의 트위터에 매일노동뉴스 창립 20주년 기념식 사진을 올리며 “창간을 주도하고 당시부터 발행인을 10년간 맡아온 사람으로서 감개가 무량하다”고 매체에 애정을 드러냈다.

▲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이력 가운데 ‘언론사 발행인’도 있다. 그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지난 2012년 10월 자신의 트위터에 매일노동뉴스 창립 20주년 기념식 사진을 올리며 매체에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노회찬 트위터
▲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이력 가운데 ‘언론사 발행인’도 있다. 그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지난 2012년 10월 자신의 트위터에 매일노동뉴스 창립 20주년 기념식 사진을 올리며 매체에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노회찬 트위터
민주노동당 의원 시절인 2005년 8월 노 의원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 명단을 공개했다. 이보다 앞서 이상호 전 MBC 기자는 그해 7월 뉴스데스크에서 삼성 X파일 보도를 어렵게 쏟아냈다. ‘떡값 검사’ 실명 공개를 이유로 노 의원은 2007년 5월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2013년 2월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상호 기자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권이 모두 삼성 눈치를 보고 있던 그 시절 유일하게 먼저 연락해온 국회의원이 노회찬”이었다며 “재벌 세력의 금권 쿠데타에 단호한 처벌 의지와 경제민주화 실현 필요성을 피력하는 그를 신뢰하게 됐고 삼성 X파일과 뇌물 검사 명단을 넘겼다”고 술회했다. 

이 기자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됨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의원은 이후 3년 이상을 정치 낭인으로 떠돌며 물적으로 심적으로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고 했다. 최승호 MBC 사장도 “떡값 검사 실명을 밝히고 고초를 겪으신 것에 언론인으로서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삼성 기사 삭제로 촉발된 시사저널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투쟁과 파업, 이후 시사IN 창간에도 노 의원은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은 “시사저널 사측의 삼성 기사 삭제 사태로 파업 투쟁이 계속됐을 때 가장 먼저 와주신 분들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었다”며 “특히 노 의원은 촌철살인 입담으로 기자들에 힘을 많이 주셨던 분이고 시사IN 창간에도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말했다.

▲ 노회찬 의원은 언론 투쟁 현장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는 YTN 대량 해직 사태가 빚어진 직후인 2008년 10월9일 YTN 사옥을 방문해 연대 발언을 했다. 사진=노동당
▲ 노회찬 의원은 언론 투쟁 현장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는 YTN 대량 해직 사태가 빚어진 직후인 2008년 10월9일 YTN 사옥을 방문해 연대 발언을 했다. 사진=노동당
2008년 MB정부의 언론장악으로 YTN에선 대규모 해직 사태가 빚어졌다. YTN 노조 조합원들은 매일 오전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고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그들을 방문하곤 했다. 

그는 “YTN 투쟁은 6월 정신을 계승하는 작업”이라며 “3·1운동 시작이 33인의 독립선언문이었듯 33명 징계는 언론 자유를 되찾는 싸움의 시작일 것”이라고 YTN 언론인들을 격려했다. 

박진수 현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당시 노 의원은 언론장악이 정치가 잘못돼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씀하셨다”며 “YTN에 관심을 가져주셨던 분이다. YTN뿐 아니라 어려운 사업장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던 분이기 때문에 노 의원 사망 소식에 모두가 비통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2009년에는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킨 미디어법을 막기 위한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노 의원은 2012년 MB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 단식 투쟁을 했던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의 후송 소식을 사진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그는 소식을 전하며 “언론을 바로 세우지 않는 한 인권과 민주주의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노회찬 의원은 2012년 MB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 단식 투쟁을 했던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의 후송 소식을 사진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사진=노회찬 트위터
▲ 노회찬 의원은 2012년 MB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 단식 투쟁을 했던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의 후송 소식을 사진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사진=노회찬 트위터
진정회 KBS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보언론은 진보언론대로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10년간 총 300일 정도의 KBS 새노조 파업마다 늘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셨다”고 노 의원을 떠올렸다.

지난해 KBS·MBC 파업 때도 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바뀌었는데 아직 공영방송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저는 KBS·MBC가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투쟁하는 언론인들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그는 자유 언론을 사랑했던 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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