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빈소가 차려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엔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현민씨(26‧연세대학교)는 노회찬 의원의 비보 소식을 전해 듣고 실험하는 수업 도중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노 의원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온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며 이날 아침 좋지 않은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너무 화가 나는 점은 몇십 조 몇백 조를 횡령하고 숨겨두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더 큰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쉬었다가 복귀하는 사람도 있는데 속상하다. 수업 끝나고 빈소에 들리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조문을 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주지윤씨(21)는 “평소에 정의당을 지지하기도 했고 모든 발언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정치 행보를 하셨던 분으로 기억한다. 가시는 길이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은진씨(21)는 “정의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 매일 국회 앞에서 노숙 시위를 할 때 그 당시 노회찬 의원 모습을 기억한다. 평소 정치인을 두고 편견이 있었는데 노회찬 의원이 일반 시민들과 사진도 찍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편하게 대해줬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같은 정의당 소속 의원인 장상화 고양시 의원도 빈소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장 의원은 “노회찬 의원은 3월 8일 여성의 날이면 항상 꽃 같은 걸 챙겨주시는 세심한 분이셨다. 여성 문제에 있어 항상 관심을 두고 해결해 주시려 했다. 문제의식을 느끼셨다. 우리 이야기는 이렇게 들어주셨는데, 지켜드리지 못한 거 같아 죄책감이 생겼다. 굳건하실 거로 생각했는데 최근에 (정신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으신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하는 사람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사람인데, 정치를 막 시작하는 초년생으로서 두려움이 들고 복잡한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23일 노회찬 의원 빈소차 차려진 연세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23일 노회찬 의원 빈소차 차려진 연세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주까지 JTBC ‘썰전’에 함께 출연했던 박형준 교수는 노회찬 의원과 30~40년을 알고 지내며 이렇게 비보를 전해 듣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오늘 아침에 썰전 녹화가 마침 있어서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터넷에 노 의원 소식이 보도돼 하루 동안 인생과 정치가 진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평생 나름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그렇게 깨끗하게 사신 분이 없다고 저는 생각했다. 뭐 정치를 하다 보면 그런 행위로서는 언제든지 조금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자세한 얘기는 못 하겠지만, 자존감이 굉장히 강한 분. 국민 앞에서 한 이야기를 바꿔야 하는 걸 못 참지 않으셨나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JTBC 썰전 녹화는 고인에 대한 예의상 일단 다음 주까지 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날 빈소에는 오후 8시 20분 기준 문희상 국회의장,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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