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를 보면 화가 나는 기사 제목들이 있다. ‘주 52시간 시대가 열렸다’는 식의 제목이다. 원래 우린 주 40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연장근로시간까지 합해야 주 52시간이다. 주 40시간이 넘는 연장근무는 무조건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다. 동의를 못 받으면 주 52시간 근무를 시킬 수 없다.”  

돌꽃노동법률사무소 소속 김유경 노무사는 서울 상암동 DMC산학협력연구센터 6층 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23일 노동시간을 주제로 이번달 ‘런치노동법’을 진행했다. 미디어 노동자의 상담·휴식 공간인 ‘휴(休)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미디어노동자쉼터)에선 점심시간에 노동법도 배우고 점심식사도 하는 ‘런치노동법’을 매달 진행하고 있다.

▲ 23일 포털에 올라온 주 52시간 관련 기사. 김유경 노무사는 주 40시간 노동이 원칙이고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주 5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언론이 예외인 주 52시간을 기준인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 23일 포털에 올라온 주 52시간 관련 기사. 김유경 노무사는 주 40시간 노동이 원칙이고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주 5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언론이 예외인 주 52시간을 기준인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원칙을 먼저 소개했다. 현행 노동법이 노동시간을 기초로 설계돼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소노동자(15세이상 18세미만)의 경우 1일 7시간 주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연장근로는 최장 1주 12시간(단 1일 한도는 없다), 연소노동자의 경우 1일 1시간씩 1주 5시간까지 할 수 있다. 유해위험작업 종사자나 임산부의 경우 연장근로라 불가능하다. 김 노무사는 “임산부의 경우 연장근로가 불가능한데 이게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연장근로를 최대로 적용한 주 52시간이 기준인 것처럼 됐다. 심지어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을 ‘주중 노동시간’으로 한정하고 주말 2일간 각 8시간 노동을 가능하다고 해석해 주 68시간(52시간+16시간)까지 노동시간이 늘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 노무사는 노동부가 ‘주말 연장근로’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경우 주말엔 무제한으로 연장근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방송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면서 300인이상 사업장은 7월부터 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방송사들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안으로 내놨는데 이런 제도는 노동시간 단축을 피해갈 ‘꼼수’가 숨어있다는 게 김 노무사의 지적이다. 탄력 근로시간제는 2주 단위와 3개월 단위로 나눌 수 있다. 2주 단위 탄력 근로시간제는 특정 주의 근로시간을 48시간까지 가능하고 3개월 단위 탄력 근로시간제는 특정 주 근로시간을 52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특정 주에 주 52시간을 근무하고, 여기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이 가능하니 주중에만 주 64시간까지 노동시간이 늘어난다. 여기에 주말 2일간 16시간까지 추가하면 주 80시간까지 가능해진다. 김 노무사는 “3개월 평균으로 노동시간을 계산하니까 9주 정도는 주 80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시킨 뒤 나머지 기간 동안 노동시간을 줄이면 된다”고 했다.

또한 사측 입장에선 임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원래는 주 40시간이 원칙이고 연장근로 12시간까지 가산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탄력 근로시간제에선 주 52시간까지 일한 부분은 가산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김 노무사는 “노동부가 이런 제도를 매뉴얼로 뿌리면서 뒷문을 열어준 것”이라며 “이게 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에선 점심시간에 점심도 먹고 노동법 강연도 듣는 런치노동법을 매달 진행하고 있다.
▲ 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에선 점심시간에 점심도 먹고 노동법 강연도 듣는 런치노동법을 매달 진행하고 있다.

김 노무사는 소위 ‘대휴’라고 불리는 휴일날 근무한 것에 대한 보상 문제도 설명했다. 그는 “대휴라는 말은 법에 없는데 사전에 대체를 하느냐 사후에 대휴를 주느냐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휴일에 나와서 일을 할 경우 가산수당을 안 줘도 되는 ‘사전대체 제도’가 있는데 이는 법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판례를 통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24시간 이전에 말해주고 요건을 갖출 경우 휴일에 일했더라도 평일 일한 것처럼 본다”고 말했다. 휴일의 사전대체는 취업규칙에 근거를 마련하거나 노동자의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전대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사후 대휴’가 된다. 김 노무사는 “이 경우 휴일에 일했으니 휴일근로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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