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구성원 등 241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방송독립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 15명이 부적격자라고 밝혔다. 당사자 반발 우려와 선임 절차 공정성을 고려해 명단과 검증 자료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만 전했다.

시민행동은 23일 오전 11시 경기 과천 방통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이사 후보 7명, 방문진 이사 후보 8명이 부적격자라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측은 조사 결과 부적격 후보 15명 중 절반이 과거 업무상 횡령과 배임, 공적 자산 사적 유용 등 비위 행위에 연루되거나 성평등 침해 발언을 일삼았으며 방송법·방송편성규약을 위반한 행위로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전력이 있는 후보자들도 다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3일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3일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시민행동은 부적격 후보 명단과 사유, 검증 자료를 지난 20일 방통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언론과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해당 후보들이 외부 압력이라며 선임 과정에 문제 제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정훈 시민행동 운영위원장(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앞으로 공정성 시비 (여지를) 갖지 않고 방통위가 방송법 내용에 따라 독자 판단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자체 취재와 시민 제보, 분야별 전문가·관계자 의견을 취합해 KBS 이사 후보 49명과 방문진 이사 후보 26명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 검증 기준은 ∆공영방송 독립성에 대한 철학 ∆공영성에 대한 전문성 ∆미디어기술 발전에 대한 이해도 ∆다원적 가치 및 성평등과 노동 등에 대한 존중 등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MBC 구성원과 언론시민단체 대표들은 “방통위가 정치권 압력을 핑계로 (부적격 인사를) 1명이라도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한다면 그 순간부터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오 운영위원장은 “부적격 인사 중 1명이라도 선임될 경우 정치권 개입에 굴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부적격 인사 가운데) 1명의 비위 행위는 사실일 경우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하다”며 “문제는 그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이경호 본부장은 “(해당 후보는) 부적절한 회계와 영수증 처리, 업무추진비 집행 등으로 수사 받아야 할 사람이다. 언론노조 차원에서 오늘 오후 해당 후보가 누군지 공개 여부를 논의한 뒤 내일(24일) 오전 검찰 고발까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방문진 이사 후보 가운데 MBC가 이토록 추락하는 데 협력한 분들이 있다. 방송법, MBC방송강령과 방송편성규약을 위반한 분들”이라며 “그 중 한 분은 노조 공정방송보고서를 찢어 휴지통에 버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 23일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3일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사 후보자들 성비와 연령대가 편중돼있다는 지적과 함께 선임 기준에 다양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이사 지원자 가운데 여성은 KBS의 경우 16%(8명), 방문진은 15%(4명)에 그쳤다. 연령대는 60대가 가장 많았으며, 평균 나이는 KBS 60.6세, 방문진 58.1세로 나타났다.

해당 방송사 출신 비율은 KBS 이사 후보가 45%(22명), 방문진의 경우 54%(14명)다. 출신 지역은 KBS 이사 후보의 경우 서울(27%·13명) 출신이, 방문진의 경우 서울과 광주·전라(각 31%·8명) 출신이 가장 많았다. 오 위원장은 “성평등 대표성, 지역 대표성 등과 관련해 방통위가 분명한 기준을 갖고 이사 선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 75명 명단을 공개하고 5일 동안 시민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지원자를 추천한 단체나 인물은 밝히지 않아 검증 투명성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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