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도살금지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연대체인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개·고양이 도살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여자들은 “식용개 or 반려견? 따로 있지 않습니다”, “개·고양이 도살금지”. “개 식용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개 도살금지 법안을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2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개 도살 금지 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2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개 도살 금지 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집회에 참여한 방아무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인간이 잠시 잠깐의 미각을 위해 보신탕을 먹고자 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개들은 열악한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어 가축을 사육하는 철장)에서 비위생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사육되고 있다. 동물 복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어떤 생명의 존중도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집회 참가자는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남의 집 개도 내 가족의 동족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은 (개가 아니어도) 먹을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개는 축산물가공처리법에 ‘가축’으로 분류돼 식용으로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개를 도살할 수 있는 동물로 명시하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법의 허점으로 인한 불법 도살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가축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가축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개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달라는 국민청원 게시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개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달라는 국민청원 게시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개 도살을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현행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의 ‘축산법 일부 개정안’(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 발의) 관련 청원에는 21만 명, 원칙적으로 개와 고양이 도살을 금지해야 한다는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에는 20만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접수된 반려동물 식용 반대 관련 민원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1년 동안 1027건으로 일반민원 1위에 달한다.

이날 집회 현장을 지나가던 일부 시민들도 개 도살금지 법안 요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승지(23)씨는 “지금은 점점 반려견이 사람이 위치한 수준까지 올라오는 것 같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 보신탕집 주인들이 전업할 수 있도록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키워온 한예림(22)씨는 “과거엔 식용의 용도가 컸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반려동물로서의 인식이 더 크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시대의 흐름이 이런 집회시위를 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개 식용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생업에 미칠 지장을 우려하고 있다. 25년째 중구에서 사철탕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가 싶다”며 “법에서 개 도축을 금지하면 오히려 개를 키우는 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음성화될 거다. 이참에 차라리 (개 도살을) 합법화해 당국에서 관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2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개 도살 금지 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2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개 도살 금지 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30년째 중구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B씨도 “집회시위를 존중한다. 다만 저 역시 대를 이어 장사를 해 온 사람으로서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해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드시던 분들의 입장과 저 같은 사람들의 입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시고 당국에서 좀 더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청원 참여 20만을 넘긴 개 도살금지 법안 요구에 대한 청와대 응답을 촉구하는 한편, 관련 법안이 제정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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