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철 기자는 지난 2001년 육군 학사장교로 입대해 2007년 대위로 전역했다. 2014년 예비역 소령으로 편입했다. 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운영했던 군 전문 매체 디펜스21 기자로 일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부터 파이낸셜뉴스에 소속돼 국방부를 출입했다. 장교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군 내부 부조리를 파헤쳤다. 자신이 쓴 기사가 군 개혁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문 기자는 사표를 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문 기자는 지난달 29일 제2연평해전 16주기를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추모 포스터에 오류가 있다는 기사를 썼다. 포스터엔 “우리의 바다를 지키다 ‘순직’한 6인의 영웅들과 참수리 357호정 모든 승조원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 기자는 기사에서 “지난해 12월 제2연평해전 전사자 특별 보상법이 통과되면서 이들의 법적 지위는 ‘전사자’로 명백히 인정됐다. 전투 중 사망한 ‘전사자’와 부대임무 중 사망한 ‘순직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전사자들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해야 할 국방부가 정작 순직자로 언급, 이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제2함대사령부 소속 제2전투단장 출신임을 감안할 때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문 기자가 최초 기사를 쓰고 관련 보도들도 이어졌다.

▲ 국방부가 제작한 제2연평해전 16주기 추모 포스터. 국방부는 포스터 문구에 전사자를 순직으로 표현해 비난을 받았다.
▲ 국방부가 제작한 제2연평해전 16주기 추모 포스터. 국방부는 포스터 문구에 전사자를 순직으로 표현해 비난을 받았다.

문 기자는 “국방부에 대한 기자의 진심 어린 제언이 국방일보의 ‘팩트체크’에 올라 난도질 당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썼는데 결국 기사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문 기자는 국방부 대변인실과 파이낸셜뉴스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사 삭제를 요구하고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사 삭제 문제로 갈등을 빚다 퇴사까지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 기자는 기사를 송고하기 전 국방부 입장을 요청했다고 한다. 문 기자는 “기사 내용에 대한 해명을 하기보다 자기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잘못이라면서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문 기자는 “전사를 순직으로 표현한 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문제”라며 “국방부는 포스터 도안을 외주를 줬다고 하지만 자기네들이 검수할 책임이 있는데 그걸 안하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기자는 국방부의 기사 삭제 요구를 거부했다. 데스크 역시 기사에 문제가 없고 삭제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문 기자는 주장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기사 노출 이후 3시간이 흐른 뒤였다. 기사에 문제가 없다는 데스크에서 기사를 내리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장을 통해 ‘오너의 지시’라는 말을 들었다고 문 기자는 주장했다. 결국 29일 오후 4시 50분경 기사는 삭제됐다.

문 기자는 국민일보 출신인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과 국민일보 임원을 했던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회장이 친분 관계가 깊기 때문에 둘 사이의 교감 아래 기사가 삭제됐다고 보고 있다. 문 기자는 최현수 대변인이 전 회장에게 직접 기사를 삭제 요청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기사 삭제 뒤에도 국방부는 문 기자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만나자는 요청을 해왔다. 문 기자는 “기사 삭제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기사 삭제에 미안하다고 하는데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사 삭제 이후 퇴사 압박도 있었다고 문 기자는 주장했다. 국방부의 끈질긴 만남 요구에 문 기자는 휴대폰을 꺼놨다. 그 사이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회장이 문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못했다.

본사로 출근한 문 기자는 사실상 퇴사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 기자는 “국장-부장과 면담에서 (국방부) 출입처 관리가 되지 않는다. 기사가 엉망이다. 오타와 비문이 많다. 조직에 누를 끼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나가라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기자는 “결국 구두로 회사를 나가겠다고 했지만 사직서를 내지도 않은 시점에 행정처리를 기다리는 말도 들었다”며 “기사 삭제 문제로 국방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회장까지 나서면서 갈등을 빚다 퇴사까지 강요당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문 기자는 현재도 자신의 기사가 왜 문제가 돼서 삭제를 당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기자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은 국방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파이낸셜뉴스 기사가 삭제된 경위를 묻는 민원인의 질의에 “문형철 기자의 기사 내용 중 마지막 부분에 ‘국방일보 팩트체크’ 언급 내용이 희화화될 소지가 있어 해당 내용에 대해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문 기자는 기사를 내리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직접 들었는데도 국방부가 마치 기사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수정을 요청했다고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기자는 “국방부의 해명은 저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뉴스 측은 기사 삭제 경위와 관련해 전재호 회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신홍범 국장은 “포스터 오기 문제는 단순 실무자의 실수이고 국방부가 수정을 했다”며 “의도적으로 국방부가 전사자를 폄하하기 위한 게 아니었고 그걸 가지고 기사를 쓰면 군의 사기 문제도 있고 해서 기사를 내린 것이다. 오너가 삭제를 지시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문형철 기자가 퇴사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본인의 동의도 있었고 강요는 없었다. 출입처 관리 문제는 부장과 얘기하는 와중에 나왔을 수는 있지만 퇴사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