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탈북 사건 초기 박근혜 정부 발표대로 대북 제재의 효과 때문이라고 받아썼다. 최근 기획탈북 의혹이 짙어지자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식이다. 널뛰기 보도의 전형이다.

조선일보는 2016년 4월 9일 통일부 대변인 긴급브리핑을 인용해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식당 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이 탈북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해외식당 종업원이 집단 탈북한 것은 처음”이라며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탈북 동기를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며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했다.

4. 16 총선 직전 집단탈북이 이례적으로 공개돼 탈북 경위가 주목을 받았지만 조선일보는 통일부 당국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 보도했을 뿐이었다.

조선일보는 관련기사에서도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면서 “다른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과 전 세계에 나가 있는 5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에게 미칠 심리적인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북한 당국이 해외 근로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발로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북한 식당 집단 탈북 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기 보다는 정부 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제재 효과가 빛을 보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미·중 등 국제 사회와 공조해 대북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해외에 나가는 우리 국민도 북한 식당 이용으로 김정은 정권을 결과적으로 돕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동남아 등지 북한식당을 찾아 르포기사까지 썼다.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출신 성분이 좋은 여종업원들은 최근 한국 손님에게마저 ‘(평양에서) 숨통을 조르니 일어나지도 못할 지경’이라며 체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 행위이자 중대 도발”이라며 “어떻게 해당 나라(중국)의 묵인하에 그들을 동남아시아를 거쳐 어떤 방법으로 남조선까지 끌고 갔는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조선일보는 “북한의 억지 주장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는 정준희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반박했다.

강인선 논설위원은 “이들의 탈출에서 자유를 향한 열망과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엿보게 된다”고 썼다. 탈북 경위에 여전히 의구심이 이는 시점에 자발적 탈북이라는 전제를 깔고 집단탈북을 북한 젊은세대의 ‘반란’으로 확대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집단탈북 사건이 알려진 4월 9일부터 그해 11월까지 북의 납치 주장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기획 탈북 의혹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그해 7월 “북한의 젊은 세대는 체제 압박에 대해 이전 세대와 달리 무조건 참지 않고 탈북 등의 방법으로 개인적 저항을 하는 모양새”라며 북한식당 탈북 사건이 “평양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이 과거 세대보다 약하다”는 징후의 흔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식당 탈북 사건 보도는 2017년 들어 10건 이하로 줄어들다가 올해 들어 급증했다. 올초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특히 jtbc가 지배인 허강일씨와 종업원을 인터뷰해 국정원에 의한 기획탈북 의혹이 점화되자 조선일보는 인권을 제기하며 북송을 반대하는 보도를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북송 조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이들의 북송을 3만 탈북자 전체의 북송으로 확대시키면서 탈북자 사회에 불안감을 조장했다. 급기야 보수단체들 주장을 인용해 “강제 북송은 탄핵사유”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자신들 의사와 관계없이 탈북자들을 북송시키면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한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이 탈북자들을 지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을 면담해 사실상 자발적 의사가 아닌 한국행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탈북이 이뤄졌다고 발표하자 종업원들의 ‘인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자유연합 수잰 숄티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해당 종업원들의 신상이 노출되면 북한에서 더 많은 처형과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진상조사에 반대했다.

북한 식당 집단 탈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권은커녕 대북제재의 효과, 그리고 북한 젊은 세대들의 체제 반항이라고 주장하더니 기획 탈북 의혹이 불거지자 인권 문제를 들어 정부의 진상 조사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 지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 지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북한 식당 탈북 사건이 발표되자 총선이 임박한 가운데 북풍몰이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집단 탈북 긴급발표를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초고속 탈북이 이뤄진 정황을 보도하면서 국정원 개입 정황이 있고, 사설을 통해 북풍 공작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대북 제재 효과로 북한식당이 페업을 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서도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대북제재로 국외에 있는 북한식당 출입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공무원 또는 정부의 ‘자제요청’을 받아들이는 한국민 정도로, 외국인의 경우 북한식당을 출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각국의 동참으로 제재 효과가 북한식당 운영과 직접 결부돼 나타났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 17일 국정원 뿐 아니라 탈북 초기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군 정보사령부가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기극에 가까운 기획 탈북으로 여종업원과 그 가족들의 인권은 철저히 짓밟혔다. 국정원이든 검찰이든 진실을 다시 덮는다면 새 적폐를 쌓는 일이다. 북송 여부는 차후에 따지더라도 우선 진실부터 투명하게 밝혀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집단 탈북 사건을 박근혜 정부의 성과로 포장했다 기획 탈북 의혹이 점차 사실로 굳어지자 인권 문제를 들어 북송을 반대하거나 진상조사를 덮자고 주장하는 널뛰기 보도를 해왔다면 한겨레는 일관되게 북풍 조작의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규명을 촉구해온 것이다.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은 정권과 유착해 정부 관계 기관이 개입한 북풍몰이 일환으로 추진된 기획 탈북일 가능성이 커졌다. 분명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일이지만 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후속조치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탈북 경위가 정치적 목적에 따른 전 정부의 사실상 ‘납치’로 드러나도 현실적으로 북송은 어렵다는 게 정부 고민”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탈출 과정에 불순한 강제나 기만이 있었던 것으로 판명될 경우 전 정권이 벌인 일이어도 ‘국가 납치’ 사실을 시인하는 셈이어서 국가 위신이 깎이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며 “더욱이 북한의 거센 해당 탈북자 북송 요구에 우리 정부가 난감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반대로 지금 같은 여지를 남기지 않은 채 ‘자발적 탈출’로 못박는다면 ‘강제 납치’라는 전제 하에 북한당국이 온전히 놔뒀던 탈북자들의 재북(在北) 가족들이 위험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소식통 설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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