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씨는 2014년 KBS 파견직으로 입사했다. 입사한지 한 달 정도가 지난 후 KBS 정직원인 촬영기자 A씨는 회식이라며 부씨를 불렀다. 부씨가 나가보니 촬영기자 혼자 부씨를 기다리고 있었고 와인을 마시자고 했다. 부씨는 그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부씨는 촬영기자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파견직 C씨의 사연을 알게 된다. 부씨와 C씨는 모두 촬영기자 A씨를 고소했다. 4년이 지나 C씨의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부씨의 경우는 달랐다. 부씨의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이 났다. 이후 촬영기자 A씨는 부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이른바 ‘역고소’다. (관련기사: 한겨레21 누가 ‘성폭력 피해자’ 부현정을 ‘무고죄’로 몰았나) 미디어오늘은 사건 직후 KBS 측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주목했다.
부씨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 KBS의 직속상사인 B씨에게 털어놓았다. 이후 회사 측에서 ‘사과자리’를 만들었다. 촬영기자 A씨는 KBS 직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씨와 또 다른 피해자 C씨만 있는 자리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총59p인 당시 ‘사과자리’ 녹취록(2014년5월27일)을 살펴보면 촬영기자 A씨는 부씨와 또 다른 피해자 C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녹취록에서 부씨는 “의자에 좀 앉으세요. 무릎을 꿇는 것도 상대방이 꿇어줬으면 좋겠다고 할 때 꿇는 게 맞는 것 같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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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KBS 측은 촬영기자 A씨에 명백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A씨는 사건 직후 수원으로 인사이동을 했으나 이런 인사이동도 A씨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이 남아있다. 사건직후 녹취록에서 A씨는 “아무래도 불편하시니까 이 여의도말고 다른데로 출퇴근을 하든지 하도록 제가 상의해볼게요”라고 말한다. A씨가 먼저 제안한 인사이동 외 KBS 측에서 인사징계위원회나 감사 등을 열어 A씨에게 직장내 성희롱을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은 없다.
이미 유죄판결이 끝난 C씨의 사건에도 징계가 없는 것은 지금까지 여전하다. C씨의 사건의 경우 당시에 KBS 측은 판결이 확정나야 징계가 가능하다고 했고, 4년이 지나 대법판결문을 가지고가니 KBS 측은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징계할 수 없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KBS 4년 전 성희롱 징계요청에 “2년 지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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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은 지난 13일 부씨의 무고 사건을 변호하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를 만났다. 부씨는 현재 무고죄 관련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삼성과 싸웠고 승소한 뒤 성폭력 소송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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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A씨의 말이 맞는지, 부씨의 말이 맞는지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KBS가 직접 조사를 해서 징계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 유부남인 A씨가 파견직, 하급직의 비혼 여성을 밤에 불러내 와인을 마시고 스킨십을 했다. 또 다른 여성 직원을 성희롱한 사실도 있었다. 그런데도 KBS는 제대로 감사하거나 징계위원회를 여는 등의 일처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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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당시 KBS가 부씨의 신고를 토대로 제대로 조사를 했다면 부씨가 무고 판결에서 유죄를 받는 지금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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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변호사는 “이 일의 시작점과 그 과정에서 ‘직장’이라는 것을 빼고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애초에 그들이 알게 된 곳이 직장이고, 부씨에게 가해자가 술을 마시자고 할 수 있었던 것도 직장에서의 관계성 때문”이라며 “부씨가 피해를 당하고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도 직장 상사가 아닌가. KBS가 이 사건에서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KBS에게, 언론사로서 전향적인 대처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이 다른 성추행 사건을 보도할 때 들이댔던 잣대 정도만 스스로에게 들이댔다면 이렇게 까진 안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의 사내 성희롱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결국 재판에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회사가 가장 먼저 확보했어야 했을 관련 자료들이 있었다면 무고를 싸우는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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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해당사자인 부씨는 “감사실에서 전화 받은 적은 있는데, 전화를 한 시기도 사건이 있고나서 KBS에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아 미디어오늘의 비판 기사가 나온 후였다”라며 “그때 이미 직장은 관둔 후였다”고 설명했다. 부씨는 “그때 KBS측은 파업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몰랐다고 하면서 진상을 파악한 후 연락을 준다고 하더니 그 후로는 연락이 없었다”며 “이런 과정은 다른 피해자 C씨한테도 똑같이 그랬다”고 말했다.
2014년 당시 미디어오늘은 KBS가 해당 사내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미디어오늘이 또 다시 사후 조치에 대해 물었을 때 KBS 측은 여전히 “피해자가 조사를 거부했다”며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에 해명을 내놨다. 이은의 변호사의 지적처럼, KBS는 사내 성추행 사건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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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미디어오늘에 “당시 회사 인사부에서 면담을 했고, 회사에서 피해자의 주장을 의식해 분리조치로 저를 수원으로 인사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는 “당시 사과를 한 이유는, 부씨의 이야기를 들은 상사가 ‘술자리를 한 건 사실이니까 시끄럽게 일을 만들지 말고 도의적으로 사과자리를 만들어라. 사과를 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한다’는 식으로 말해서 사과를 한 것 뿐”이라며 “당시 경황도 없었고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않아서 사과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 부씨의 변호사 중 한명은 제가 재판에 제출한 CCTV 증거를 조작했다고 하는데, 조작증거를 내면 큰일난다는 것을 알고 있고 CCTV는 경찰에서 바로 법원에 넘긴 것일뿐 내 손을 거친 적이 없다”며 “그리고 부씨는 현재 무고재판에서 2심까지 유죄가 인정된 상태고, 만약 대법원까지 유죄를 인정하면 그분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