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드라마본부는 주 68시간 대책을 내놨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해당 대책은 이렇다. 촬영시간을 1일 15시간(실질 노동시간은 13시간)으로 잡으면 주 5일이면 65시간이다. 나머지 3시간은 촬영준비·정리시간으로 본다. 야외 촬영의 경우 현장 집합시간부터 촬영 종료시간까지 노동시간으로 계산했다. 다만 수도권 외 지방은 버스 출발지에 모인 시간부터 촬영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시간까지 노동시간으로 인정했다.

장기 대책으로는 드라마 대본을 조기에 확보하고(쪽대본 없애기), 방송일 3개월 전에 촬영시작(사전제작)하고 B팀을 조기에 투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보통 드라마 제작 중반이 넘어가면 제작팀을 하나 더 꾸려 한 팀은 야외촬영, 다른 한 팀은 스튜디오 촬영을 맡는 등 역할을 분담한다. 방송계 비정규직들이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장해 온 대책이다.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SBS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SBS

이 대책은 주 68시간을 적용해야 하는 7월1일에 맞춰 나온 임시방편으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주 5일에 68시간을 적용한 것이다. 주 68시간은 주중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무 12시간)과 주말 16시간(8시간씩 2일)을 합한 걸 말한다. 제작 일정 상 주말에도 촬영이 있으면 주 68시간을 넘을 여지가 있다. 이에 SBS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주중과 주말을 나눠 계산해야 하는 건 맞다”며 “노사가 노동시간 단축 관련 협의 중이지만 그 전에라도 일단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촬영을 위한 이동시간 문제다. SBS 관계자는 “수도권 외 지역은 출장으로 봐서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계산했고, 수도권 내에선 출퇴근 시간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내라도 촬영현장까지 왕복 서너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더라도 제작진이 체감하는 노동시간은 주 68시간이 넘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런 대책이 외주제작(독립제작)인력이나 비정규직 스태프에게도 공지된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드라마 쪽 노동시간은 평균 주 100시간이 넘었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노동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

반면 저항도 만만치 않다. 한 SBS 인사는 “보도본부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지가 다른 부분에 비해 강하다”며 “(긴 노동시간을 유지해 온) 드라마·예능 부문의 저항이 크다”고 말했다.

7월1일이 지났지만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제작진도 있다. 18일자 SBS 노보를 보면 한 조합원은 “다른 제작 프로그램에선 그런(주 68시간 대책) 내용을 카톡방에 올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외엔 아무런 지침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현재도 하루 촬영을 12시간 이상, 20시간까지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노조가 주 68시간 체제를 시작한 7월1~7일까지 조합원 3명의 노동시간을 공개했다. 각각 주 110시간, 주 92시간20분, 주 84시간10분으로 나타났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노동시간 제보센터 오픈 채팅방 일부. 사진=SBS 노보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노동시간 제보센터 오픈 채팅방 일부. 사진=SBS 노보

회사 차원의 해법을 내놔야 변화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SBS 노보를 보면 노사는 지난 4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SBS본부는 “일선 현장에서 조합원들은 아우성인데 경영진은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거칠게 표현하면 ‘상황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경영진이 노동시간을 주 52시간까지 줄이기 위한 큰 그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SBS 경영진은 7월 중순까지 다시 회사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일선 PD들이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현장 (비정규직·프리랜서) 스태프들의 노동시간도 줄일 수 없다”며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회사의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SBS본부는 ‘노설’에서 ‘1일 작업시간을 10~12시간으로 단축해달라’는 내용으로 전태일 열사가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인용하며 “사측은 경쟁력을 위해선 어쩔 수 없으니 위법과 공짜노동을 전제로 한 재량근로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을 고장난 녹음기처럼 외쳐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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