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혁철·김광동·이인철 이사가 7월4일 최승호 사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들이 밝힌 해임 사유는 △최승호 사장이 경영계획으로 10% 핵심시간대 시청률을 제시했지만 지난 6개월 이상 목표의 절반인 5% 남짓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1천억 대가 넘는 적자예상이라는 경영상황을 초래했다는 것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 중심적 경영과 일방적 인사 및 보도행위 등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유린했다는 것 △편향·편파적 보도 양산과 임직원에 대한 부당인사 및 대량해고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임사유는 일방적 주장이지만, 동시에 최승호 경영진의 불안요소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김재철 체제가 자리 잡았던 과거 2814일간의 시간을 되돌리기에 지난 220여일의 시간은 너무 짧다. 하지만 MBC가 많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도에서는 KBS·JTBC·SBS, 예능과 드라마에서는 JTBC와 tvN에 밀리고 있고 네이버·유튜브·페이스북 등 온라인플랫폼에 콘텐츠수용자를 빼앗기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까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며 약진하고 있어 MBC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때문에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새로 꾸려지는 오는 8월이 MBC가 새로운 도약에 나설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현 방문진 이사들은 MBC를 어떻게 진단하고 전망하고 있을까. 방문진 A이사는 “능력 있는 사원들이 떠났다. 인력이 초토화됐다. 외주제작사 보는 눈도 없다.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못 본다고 하더라. 이걸 물려받은 게 최승호 체제다”라며 현 상황을 평가했다. A이사는 “시청자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으면 방문진에서도 어쩔 수 없다”며 “PD수첩 등 시사교양은 주목받는 데 성공한 면이 있지만 관건은 예능·드라마”라고 내다봤다.

방문진 B이사는 “올해는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망가졌던 기본 인프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회복이 필요하다. 제작 인력들이 비제작 부서에 가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획력이라든가 현장을 장악하고 새 프로그램을 내는 것 자체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B이사는 “20-49 시청자수 순위권에 진입한 프로그램이 늘어나거나, 월드컵이나 지방선거 등 방송에서 향상된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게 매출 광고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이걸 갖고 압박하는 게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이사는 “효자 프로인 무한도전 같은 것을 오프 시키고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것도 일정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지표상의 개선에 매달려서 제대로 된 공정방송으로 새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미션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문진 C이사는 “당장의 즉흥적인 시청률 경쟁보다 장기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콘텐츠를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이사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에 대한 전략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이사는 또한 “KBS는 수신료라는 기본 매출이 잡혀 있고 MBC만큼 망가지진 않았다”고 전한 뒤 “(MBC내에선) 기존 적폐 세력이 여전히 저항하고 있고, 10년 동안 정체돼있었다는 문제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작 방식 노하우, 시청자 반응 등을 축적해왔어야 하는데 전혀 하지 못했다”며 “특별히 경영진이 잘못한 것보다는 환경의 문제가 심각하게 내재돼있다”고 꼬집었다. 현 경영진에 더 많은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자칫 현 경영진을 안주하게 만드는 면죄부가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