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 뿐이다”

입사 3개월 차에 난생 처음 단결투쟁가를 불렀다. 길거리에 나가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도 했다. 꿈에 그리던 일, 기자가 됐다.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만큼 하고 싶은 일도, 쓰고 싶은 기사가 많았다. 하지만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닌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기자가 됐다. 뉴시스 본사가 나와 선배들의 기사 작성 권한을 박탈해서다. 부당함을 느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선배들과 거리로 나갔다. 기사를 쓰지 못하는 기자, 나는 지금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한 가운데에 있다.

처음 이 상황이 잘못됐고 부당하다고 깨달았던 것은 공항버스 한정면허가 시외면허로 전환된 첫 날인 지난달 3일이었다. 첫 르포기사를 작성할 기회,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기사를 쓰고 싶었다. 새벽 4시가 되자, 수원역 앞 공항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사람들 얼굴에 저마다 설렘이 엿보였다.

기다리던 첫차는 오지 않았다. 설렘이 걱정으로 바뀐 몇몇 승객은 결국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한참 뒤, 임시로 운행하는 전세버스가 왔지만 기다리던 승객들을 모두 태울 수 없었다. 열 명 넘는 승객이 입석으로 다음 정류장까지 향했다. 교통카드가 되지 않아 불편을 더했다. 전세버스 기사가 노선을 숙지하지 못해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거나 다른 길로 들어설 뻔 하는 일도 생겼다.

예견된 혼란이었다.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탐사보도팀은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경기도의 불법행정을 보도했다. 우리의 문제제기에도 경기도는 버스확보도 되지 않은 업체에 특혜 행정을 강행했다. 운행 개시 전날 밤까지도 버스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역시나 혼란이 빚어졌고, 목격한 현장을 기사로 썼다.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 지난 5일 서울 머니투데이본사 앞에서 계약해지, 기사입력권한 박탈 등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 지난 5일 서울 머니투데이본사 앞에서 계약해지, 기사입력권한 박탈 등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하지만 뉴시스 본사는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선거 앞두고 도 실정 부각시키는 같은 테마의 기사를 연일 보도해 법적인 문제 대두될 수 있음’ 본사가 현장기사를 내보내지 않으면서 댔던 이유다. 시민이 불편을 겪는 현장기사와 선거를 연관 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물며 연관이 있다 해도 선거를 앞두고 도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이 기자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선거철이기에 더더욱 후보를 검증하는 기사가 필요했다. 잘못된 일이 있다면 알려서 국민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에 보탬이 돼야 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일이었다.

기사는 계속 막혔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출고되지 않았다. 탐사보도팀이 작성한 총 26건의 기사 중 17건의 기사가 나가지 못했다. 공직자 내부의 제보로 시작해 끊임없는 사실 확인을 거친 기사였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뉴시스 본사는 경기남부취재본부에 대한 분사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다음날부터 기자들의 기사작성 권한도 삭제됐다.

언론의 역할이 무엇일까. 눈앞에 있는 무수히 많은 증거와 직접 보고 겪은 불법행정을 외면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었을까. 잘못된 일을 잘못됐다고 말했다. 직접 본 혼란을 혼란이라고 썼다. 우리의 기사는 정당했다. 하지만 뉴시스 본사는 그것이 잘못됐다며 기자들의 펜대를 꺾었다.

▲ 이병희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
▲ 이병희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

훨훨 날아보기도 전에, 아니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나의 날개는 꺾였다. 내가 잘 날 수 있을지도 사실 알 수 없다.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방법을 배울 기회도, 날아볼 기회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언론인 선배들께 묻고 싶다. 설명을 듣고 싶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일이 올바른 언론인의 길인지, 기자로서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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