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방영하진 않았지만 프로그램을 준비한 기간에 독립제작사(외주제작사)가 부담한 제작비용을 방송사가 일부 지급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났다.

독립제작사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주장하지만 프로그램을 완성하지 않을 경우 제작물을 확인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보통 독립제작사가 비용을 부담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이런 관행에 금이 갔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독립제작사가 프로그램을 다 만들었는데 방송사 편성 등의 이유로 방영하지 못한 경우엔 MBC가 제작비를 지급해왔다는 게 MBC 측 설명이다.

독립제작사인 A사는 MBC의 한 시사교양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었다. A사는 지난 2월1일 방송이 나간 뒤 다음 아이템을 준비했다. A사는 같은달 14일 MBC 쪽에서 프로그램에 폐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A사는 약 보름간 제작에 참여한 6명의 인건비와 제작비용 약 820만 원을 MBC에 요구했다.

A사가 법원에 제출한 지급명령신청서를 보면 A사는 MBC가 외주제작계약서와 달리 정당한 계약해지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A사는 “절대적 약자 위치에 있는 우리는 MBC의 부당한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며 “다만 2월1일부터 14일까지 발생한 제작 관련 고정비용을 지급해 달라고 MBC 담당자에게 얘기를 했으나 대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MBC와 A사 간 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1월1일~3월31일(조정 가능)이라고 돼 있다. A사의 대표는 “프로그램 폐지는 방송사의 판단이니까 폐지할 수 있지만 폐지 전까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들어간 비용까지 제작사가 다 떠안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MBC는 자신들이 해당 기간 제작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MBC는 준비서면에서 “MBC와 상의 없이 제작사가 무턱대고 제작준비에 나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비용과 책임은 온전히 외주제작사의 몫이므로 MBC가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고 했다. MBC는 지난 2월1일 담당 CP가 휴가를 떠났고 아이템을 승인한 사실이나 기획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A사는 당시 준비하던 아이템이 몇 개월 전부터 담당 CP와 논의하던 내용이었다며 “백번 양보해서 MBC 측이 아이템 승인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제작사 입장에서 방송날짜가 잡혀 있는데 준비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6일 MBC가 독립제작사인 A사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 등을 참작해 결정했다”고 했다. A사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MBC 관계자는 “아직 불복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정서가 지난 11일 송달됐는데 양 당사자는 이날로부터 2주일 내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 기사 보강 : 2018년 7월17일 오전 10시53분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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