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부당노동행위와 불공정 보도로 얼룩졌던 시절, 이른바 ‘김장겸·김재철 체제’ MBC를 이끌었던 전직 간부들이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응모에 나섰다. 이른바 ‘아나운서국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이유로 해고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도 출사표를 던졌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6일 공개한 방문진 이사 응모자들을 살펴봤다.

불명예 안고 MBC 떠났던 3인방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과 김도인 전 편성제작본부장은 전국언론노조가 밝힌 ‘언론 장악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지난 1월, 최기화 전 본부장은 방문진에 의해 이사직을 박탈 당했고, 김도인 전 본부장은 자진 사퇴했다.

최 전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임기 초반 MBC 홍보국장 겸 대변인을 지낸 뒤 기획국장, 보도국장, 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 2015년에는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일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2016년 2월엔 MBC 보도의 여론조사 왜곡 의혹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욕설을 해 논란을 불렀다. 최 전 본부장은 기획국장 시절 여의도와 구로에 이른바 ‘유배지’를 신설하는 데 관여해 비판 받았다.

김도인 전 본부장은 2011년 라디오본부 편성기획부장 시절 라디오 진행자였던 희극인 김미화씨에게 프로그램 이동을 권유하는 등 강제 하차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비판 받았다. 지난 2012년 12월 김재철 전 MBC 사장 특보였던 그는 외주·라디오·편성국장을 거쳐 편성제작본부장에 올랐다. 지난해 8월 MBC 라디오국 PD 40명은 제작 거부에 돌입하며 당시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김 본부장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해 MBC ‘탄핵’ 다큐와 6월 항쟁 30주년 기념 다큐 제작을 중단시킨 인물로도 꼽힌다.

김도인 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반론을 전했다. 우선 김미화씨 퇴출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혹시 오락 프로그램으로 이동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 것은 예전 담당 PD로서의 인연 때문에 차선책이라도 모색해보고자 한 개인적 호의”라는 주장이다. ‘6월 항쟁 다큐’ 제작 중단 지시는 당시 콘텐츠제작국장이 했다며 “제작중단 지시 전에 상의 또는 사후 보고를 했다면 내게 책임이 없다고 얘기할 수 없겠지만, 전임 김현종 본부장과 후임 본부장인 내게 일체 보고가 없었다”고 전했다. 탄핵 다큐 제작 중단과 관련해선 “담당 국장이 무려 44일간이나 본부장에게 기획안을 보고하지 않고 몰래 제작을 추진하는 기강해이 사태가 발생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라고 했다.

지난 5월 해고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도 방문진 이사 응모에 참여했다. MBC가 밝힌 해고 사유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시차 근무 유용 △선거 공정성 의무 위반(앵커 멘트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발언) 등이다. ‘아나운서 블랙리스트’는 MBC 동료 아나운서 32명을 ‘친사회적’, ‘약강성’, ‘강성’ 등으로 분류한 문건이다. MBC 감사국은 이 문건이 당시 아나운서국 관할 임원인 백종문 전 편성제작본부장에게 보고됐고 실제 인사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최대현 아나운서는 지원 동기에서 본인에 대한 인사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 저는 MBC와 잠시 헤어져야 했다. 부당징계와 해고 처분 때문이었다”며 “MBC는 지금 많이 아프다. 동료들끼리 선후배 간에 서로를 적폐라 부르며 척결 대상으로 배척하고 징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MBC 노사 공동 정상화위원회 해체를 직무계획 1순위에 올렸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방송문화진흥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방송문화진흥회.

김상균 이사장 등 현직 이사 4명도 연임 도전

김상균 이사장을 비롯한 현직 방문진 이사 4명은 연임을 노린다. 김 이사장, 김경환 이사, 유기철 이사는 여권 추천, 이인철 이사는 야권 추천으로 분류돼왔다. 다만 이번 이사 응모에서는 추천인이나 추천 단체가 명시되지 않았다.

MBC 기자 출신인 김상균 이사장은 지난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해직된 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일하다 7년 만에 복직했다. 이후 MBC에서 워싱턴 특파원, 보도국장,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했고 광주MBC, 마산MBC 사장을 지냈다.

지난 2월 보궐이사로 선임된 김 이사장은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뜻을 펼칠 수 있다면 MBC에 더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직무계획으로 △MBC 비상경영대책위원회 구성 △중장계 발전계획 수립 촉구 △국회·정부 당국에 비대칭규제 개선 호소 △국가 현안을 선도하는 방송 독려 등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보궐이사로 선임된 김경환 이사도 이사직에 응모했다.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부교수인 김 이사는 강원민방G1 시청자위원, KBS 경영평가위원, MBC 전문연구위원 및 시청자평가원 등을 지냈다. 이사 연임에 성공할 경우 △방문진법 개정 등 통한 사장선임 절차 개선 △지역MBC 사장 선임 위한 객관적 기준 마련 △방송문화 진흥 위한 공익사업 재편 등을 약속했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재임 중인 유기철 이사와 이인철 이사도 연임에 도전한다.

유기철 이사는 지난 1982년 MBC 기자로 입사해 문화·국제·사회·뉴스편집부장, 보도제작국장 등을 역임했고 대전MBC, MBCNET 사장, 대전 우송대학교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직무계획서에는 △공영방송 중심잡기 △콘텐츠 경쟁력 확보 △방송 생태계 상생 △소통하는 방송 독립 △방문진 이사회 개혁 △지역의 자율성 확대 등을 명시했다.

이인철 이사는 법조계 출신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영화진흥위원회 비상임 감사 등을 지냈고 현재 이인철법률사무소 소속이다. 그는 직무계획으로 △공영방송 MBC 정체성 확립과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서의 방향 제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지상파방송 위기 타개 위한 혁신·제도 개선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 위한 사업 모색을 내놨다.

비(非) MBC 출신, 법조계·시민사회 등 출신

이번 방문진 이사 응모자 26명 가운데 MBC 출신 이력을 밝힌 인물은 14명이다. 비(非) MBC 출신 응모자 12명은 다양한 이력을 밝혔다.

인천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출신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지난 정부 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2012년 MBC 파업 3대 재판(해고무효소송, 업무방해 등 형사소송, 손해배상소송) 승소를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방송 공정성’이 언론사 구성원 근로조건이라는 판결을 얻었다.

미디어 감시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인사도 응모했다. 장낙인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은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소장, 미디어공공성포럼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도 도전장을 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www.kcc.go.kr)를 통해 방문진, KBS 이사 응모자들에 대한 시민 의견을 받는다. 방통위 홈페이지에서 본인 휴대전화 인증을 받으면 응모자들의 주요 경력과 업무수행 계획서 등을 열람하고 각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

방문진 이사 지원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재원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 전 MBC 기획국 전문연구위원

△김건일 전 한라일보 사장, 제주 MBC 경영기술국장

△김경환 방문진 이사,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부교수

△김도인 전 MBC 편성제작본부장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 전 광주MBC 사장

△김성규 현 법률사무소 신영 대표, 전 MBC 감사국

△김정특 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 전 춘천BBS 사장

△김평호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MBC 경영평가위원

△김형준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여성가족부 정책 자문위원

△류종현 전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전 MBC플러스 경영자문위원

△문진호 전 다문화 TVM 사장, 전 MBC 프로덕션 상무

△문효은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지도교수, 전 카카오 부사장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교육위원회 위원

△서승만 국민안전문화협회 회장, MBC 희극인

△신인수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

△양승현 가천대 사회과학대학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유기철 방문진 이사, 전 우송대 초빙교수

△이인철 방문진 이사, 변호사이인철법률사무소 변호사

△장낙인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미디어공공성포럼 대표

△정일윤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전 MBC 보도국장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조영숙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자문위원 국제연대센터 소장

△최기화 전 MBC 기획본부장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국 차장

△최윤수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황동열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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