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월 209시간+주휴수당) 기준 174만5150원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에 부족하다는 노동계 반발과 소상공인들이 줄도산하거나 고용을 줄일 거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16일자 아침 신문들은 최저임금 문제를 ‘을들의 갈등’으로 전하며 정부에 책임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불참으로 재적위원 27명 중 14명이 출석해 표결을 가졌다. 공익위원은 전년 대비 10.2% 높은 8298원,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은 전년 대비 15.3% 높은 8680원을 제시했다. 격론 끝에 공익위원들이 기존 제시안보다 0.7%P 오른 8350원을 내놨고, 표결에 따라 해당 안으로 결정됐다.

한국일보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최저임금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정부 안팎에서 요구가 터져 나오는 소득주도 성장의 ‘속도조절론’도 일부 수용하는 길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현이 어려워졌으며,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줄타기의 결과’라는 박한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 7월16일자 한국일보.
▲ 7월16일자 한국일보.

10.2% 인상이 실질적인 임금 인상폭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계에서 ‘개악’이라 비판한 산입범위 확대가 문제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산입범위 확대의 덫 최저임금 인상 ‘착시’”를 지적했다.

지난 5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정기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된다. 한겨레는 최저임금과 별도로 식비 등을 지급받아온 노동자라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인상 폭 820원이 내년 시급에 온전히 더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력’ 분석 결과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실질 인상률’을 1% 정도 떨어 뜨린다고 봤다. 특히 19만7000명의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10% 오르더라도 실질 인상률은 2.2%에 그쳤다.

한국일보는 올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 157만 원에 식대 15만 원과 교통비 11만 원 등을 더해 월 183만 원을 받던 저임금 노동자를 예로 들었다. 복리후생비 중 최저 임금의 7%인 12만 원을 초과하는 14만 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므로 내년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은 3만 원 오를 뿐이다.

불만은 노동계 뿐만이 아니다. 저임금 고용이 불가피했던 소상공인들도 위기감을 드러내고 이다. 경향신문은 “턱없이 낮았던 최저임금이 정상궤도를 찾는 과정에서 정부가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들을 고용해온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지 못한 까닭에 올해 최저임금 심의를 둘러싸고 극한 갈등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나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수수료·납품단가 폭리 같은 요인을 제어할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불복해 임금 자율협약과 가격 인상, 동맹 휴업 등을 예고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17일 긴급이사회와 24일 총회를 열어 동맹휴업과 장오집회 등 단체 행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을들의 갈등을 방치한 데는 정부 책임이 지적된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나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등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건비가 오르는 가운데 정부가 소상공인 충격을 줄이겠다며 마련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에 묶어둔 국회 책임도 제기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간 을과 을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카드 수수료 조정 등 실질적 부담 경감 방안, 근접출범 금지, 상가임대료 인하, 불공정 가맹계약 개선 등 편의점 업계 숙원 사업 해결에 정부와 가맹사업본부가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2년간 29% 인상… 최저임금 사실상 1만원”이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도 ‘2년간 29%’라는 계산을 동일하게 사용했다.

동아일보는 “주휴수당 등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1만 원을 넘어서게 됐다”며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착시현상’을 없애기 위해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썼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문제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이를 더 늘리자는 주장이다.

▲ 7월16일자 동아일보.
▲ 7월16일자 동아일보.

일자리 안정자금, 근로장려세제(EITC) 등 최저임금 인상 대책에 대해서는 ‘세금 퍼주기’ 프레임을 부각했다. 사설에서는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 등 최대 6조 원에 이르는 세금을 퍼부으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땜질하려고 한다”고 썼다.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료, 카드사 수수료 인하 등은 “최저임금 부작용을 민간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최저임금 인상과 별도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16일자 사설(“내년 최저임금도 두 자릿수 인상, 소상공인 비명 외면한 결정”)에서 근로장려제세 등 추후 대책을 부정적으로 봤다.

16일 임시국회에서 국회가 내놓을 대책에도 관심이 모인다. 여당은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 ‘적정성’을 검토하자고 나설 전망이다.

▲ 7월16일자 한겨레.
▲ 7월16일자 한겨레.

다음은 16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갈 길 먼 공정사회…‘갑’은 비켜서 있다”
국민일보 “창업, 청년 전유물 아니다 ‘산전수전’ 4050이 더 잘해”
동아일보 “2년간 29% 인상… 최저임금 사실상 1만원”
서울신문 “최저임금 ‘乙들의 싸움’ 정부가 키웠다”
세계일보 “민주 ‘좌클릭’ 심화… 더 멀어지는 보·혁”
조선일보 “최저임금 2년간 29% 올려…사실상 1만원”
중앙일보 “실질 최저임금 1만원…속도조절 없었다”
한겨레 “산입범위 확대의 덫 최저임금 인상 ‘착시’”
한국일보 “주는 乙도 받는 乙도 못마땅한 83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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