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가 이학영, 박용진, 제윤경 의원에게 정무위 대신 환노위 등으로 옮기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지난 9일 경제학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벌개혁 입법활동과 관련이 깊은 정무위원회의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재벌개혁 입법활동을 해온 이학영, 박용진, 제윤경 의원의 상임위 배정이 관심사다. 이학영, 박용진, 제윤경 의원 모두 20대 후반기 상임위 배정에 정무위를 1지망으로 꼽았다. 보통 의원들 상임위는 원내에서 정한다. 그러나 전 교수의 지적처럼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로 가라는 제안을 받은 게 맞다”고 했다.

이학영 의원은 전반기 정무위 여당 간사를 지냈고 대기업에 강한 규제를 주장한다. 박용진 의원도 ‘삼성 저격수’란 별명처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를 이끌었다. 제윤경 의원도 금융분야와 소비자 금융에 집중해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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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관련 가장 큰 이슈는 ‘은산분리’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개별 의원간 의견차이가 있다. 지난해 이학영, 박용진, 제윤경 세 의원을 비롯한 정무위 소속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다. (관련기사: 노컷뉴스 "은산분리 완화 반대" 여당 정무위 의원 10명 중 7명)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장으로 유력한 민병두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 민병두 의원은 은산분리를 완화해 인터넷은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지난해에도 은산분리 완화 관련 특례법안에 찬성했다. 16일 국회는 각 상임위원장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 정무위원장으로 민병두 의원을 확정하면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은산분리 완화’ 시그널을 의원들에 보낸 사례는 또 있다. 지난 1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홍영표 원내대표를 만나 은산분리법 외 규제5법 등의 완화를 강조했다. 13일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의 언급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청와대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규제 완화에 의견조율이 상당부분 진행됐음을 뜻한다. 

▲ 민병두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민병두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정무위 소속 재벌개혁 의원에게 다른 상임위행을 제안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홍영표 원내대표와 만남 △민병두 의원의 은산분리 완화 토론회 개최와 정무위 위원장 선출까지 이뤄지면 민주당이 이들 의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확실해진 셈이다. 최근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우클릭’한다고 보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경제전문가도 최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주축으로 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재벌들에게 허용하는 개악을 하려고 정무위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의원들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인 교수는 “민주당이 재벌에게 혜택이 안 가게 하겠다지만 결국 재벌에게 은산분리를 완화해주는 물꼬를 열어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13일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면서 “산업자본이 은산분리 원칙을 넘어서 금융자본에 결합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져 국가경제가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는 “앞으로 민주당의 정무위 의원장이나 의원 배정을 눈여겨봐야하고, 재벌개혁을 위해서 그동안 정무위 활동을 열심히 해온 의원들을 배제한다면 이는 촛불민심을 배신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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