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한 호텔에서 열린 여성경제포럼에서 “삼성이 1,2,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그것이 오늘의 세계 1위 삼성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14일자 1면에 ‘수출 대표기업을 보는 여당 원내대표의 시선’이란 제목으로 이 발언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관련기사를 5면에 실었다. 조선일보 5면 기사 제목은 ‘삼성 20조 풀면 200만명에 1000만원 더 준다는 홍영표’였다.

조선일보 5면 기사는 가계소득이 줄었다. 기업이 세금을 덜 낸다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졌다. 최근 20년간 가계소득은 9.6%인데, 기업소득은 23.3% 늘었다며 가계소득도 9.6%나 올랐다고 방점을 찍었다. 증가율만 봐도 기업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1면

100만원 소득자의 소득이 9.6% 오르면 109만 6000천원이 되지만, 100조원 짜리 회사가 23.3% 성장하면 123조 3000억원이 된다는 통계의 함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100만원 소득자와 100조원 버는 회사가 똑같이 해마다 10%씩 소득이 증가해도 격차는 유지되지 않고 계속 벌어질 뿐이다.

재계·전문가 동원해 집중포화

조선일보는 삼성의 1차 하청업체 영업이익률이 8.5%로 제조업 평균 5%보다 훨씬 높아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이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재계의 목소리를 담아 “대기업이 경제성장과 소득창출에 기여하는 역할을 빼고 책임만 강조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교수 전문가가 빠질 순 없다. 조선일보는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입을 빌려 “삼성이 높은 이익을 올리는 것은 협력업체를 쥐어짜서가 아니라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이겨서다”라고 비판했다.

거의 모든 신문이 홍영표 난타전에 나섰다. 한국일보도 2면에 ‘삼성 세계 1위, 협력사 쥐어짠 결과, 與 원내대표 발언에 재계 부글부글’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한국일보도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개념도 숫자도 근거가 희박했다”고 비판했다.

▲ 매일경제 1면
▲ 매일경제 1면

매일경제신문은 1면에 ‘與 원내대표의 이상한 기업관’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3면엔 ‘文 정부 핵심들의 남탓…前·前前정부도 모자라 이번엔 삼성탓’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매경은 3면 기사에서 홍 원내대표의 발언 배경을 유추해 썼다. 매경은 홍 원내대표가 ‘연일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이 커지자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란 생각에 이날 날선 발언 쏟아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매경은 이날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최근 文 친기업 행보와도 배치되고 재계의 일자리 확대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집권세력 전체고 비판 확대

동아일보도 3면에 ‘삼성이 20조원만 풀면… 홍영표 발언 논란’이란 제목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고용부진은 李·朴 정부 때문, 집권당 원내대표의 어이없는 남 탓’이란 제목의 사설까지 썼다. 동아일보는 홍 원내대표를 넘어 집권세력의 기업관을 싸잡아 비판했다. 동아일보 사설 중 “집권당의 책임회피는 홍 원내대표만의 일이 아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규제혁신을 논의하지 못한 것은 국회 파행과 야당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동아일보는 집권세력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기를 죽이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 동아일보 사설
▲ 동아일보 사설

지난해 연말 현재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882조 9051억원으로 2016년보다 75조원(9.3%)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재벌의 사내유보금만 617조 206억원에 달한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세계일보는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에 주목

세계일보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를 집중 부각시켰다.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는 ‘정부·여당 경제정책 엇박자’라는 제목이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와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정면충돌한다는 거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20년전과 비교해 삼성은 세계적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우리 가계는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 기업과 가계가 같이 가야한 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지만 언론의 집중포화를 막지는 못했다.

▲ 세계일보 1면
▲ 세계일보 1면

최근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중요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정해 잠시 재벌과 기업의 칭찬을 받았지만, 그건 선을 넘지 않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누가 말했던가.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간 지 오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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