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지난달 벌어진 살인사건을 보도하면서 선정적 행태를 보였다. TV조선의 살인사건 보도는 피해자와 가해자 신상을 과도하게 전하고, 범행 동기와 과정을 상상하며 자세히 설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달 25~29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과 ‘보도본부 핫라인’,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등의 살인사건 보도를 모니터링했다. 민언련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TV조선 보도를 “살인사건과 관련해 온갖 추측을 늘어놓으며 선정적으로만 다뤘다”며 보도가 아닌 잔혹 소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살인사건은 지난달 16일 17살 고등학생이 집을 나선 뒤 일주일이 지난 25일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일이다. TV조선은 시신이 발견된 날부터 이 사건을 집중해 다루며 ‘알몸’과 ‘성폭행’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웠다.

성폭력에 집착한 보도는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 두드러졌다. 진행자 김광일씨는 프로파일러 곽아무개 교수와 대담에서 ‘공범 존재 가능성’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50대 용의자가) 내가 여고생 하나를 데리고 가는데, 너하고 나하고 이 여고생을 어찌어찌 좀 성폭행을… 그다음에 어떻게 하자. 이랬을 가능성까지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며 역할극을 벌였다.

또 다른 출연자 이아무개 교수는 정확한 근거 없이 피해자를 ‘원조교제’와 ‘몸캠’ 등과 연계했다. 이 교수는 “요새 (어린) 친구들은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에 원조교제나 몸캠이라고 해서 야외에서 일련의 누드사진 같은 것을 찍어서 웹사이트에 올린 후 금품을 얻어내는 경우가 있다”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피해자 가족의 심정을 억측하거나 피해자 시신을 부각한 사례도 있다. 이 교수는 “아이가 지금 16살인데 지금이 들짐승들, 산짐승들이 야산에 많이 다니는 시기라 예상치 못한 이런 훼손 상태가 발생했다. 가족이 가서 시신을 봤는데도, 내 딸이야 라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라며 시신 훼손 경위를 추정하며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운운했다.

▲ 사진=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화면 갈무리
▲ 사진=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화면 갈무리

사건 본질과 관계없는 과거 사건을 끌어들여 흥밋거리를 유발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유벙언씨 역시 세월호 사건 이후 6월에 발견됐다. 그 당시 시체 부패가 굉장히 심했는데 지금의 피해자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방영한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서 김민선 정치부 기자도 “이번에 피해자의 시신을 찾은 체취견 나로는 지난 2015년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가해자가 야산까지 혼자 시신을 운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정확한 몸무게를 언급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신상을 과도하게 드러냈다.

TV조선은 지난달 25~29일 사이 강진 살인사건을 보도한 시사프로그램 3편 중 ‘김광일의 신통방통’ 프로그램 3편을 홈페이지 VOD 다시보기 사이트에 문제가 된 해당보도를 편집하고 동영상을 게시했다.

김광일의 신통방통 책임 PD는 “시의성 때문에 ‘살인사건’을 다루긴 했지만, 피해자나 유가족이 봤을 때 예민한 사안은 다시보기 서비스를 안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언련 비평을 보고서 편집해 다시보기 사이트에 올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김광일 논설위원과 이 교수의 발언은 예상된 것이었냐는 질문에 “성폭행을 추측하고 어린 친구들이 몸캠, 원조교제에 노출된다는 발언은 원고에도 없던 질문과 답변이어서 저 역시 놀랐다. 저희(김광일) 앵커가 원고에 있는 질문만 하는 분이 아니라 얘기하면서 생각난 게 있으면 추가로 물어보기도 해서 이 교수도 아마 당황해 몸캠 얘기까지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 됐든 생방송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온 것 같아 책임 PD로서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것에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TV조선 보도는 방송심의규정을 어기고 피해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3조4항은 범죄사건을 보도할 때 “방송은 피고인·피의자·범죄혐의자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는 범죄행위가 과장되거나 정당화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언련은 KBS 방송제작 기준을 예로 들며 범죄 보도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방송제작 기준은 “범죄사건 피해자는 될 수 있으면 익명으로 처리하고 피해자의 신상에 관계된 보도는 자제”하며 “피해자가 사망해도 ‘사자의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TV조선 외에도 상당수 언론이 기사 제목에 ‘여고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도 문제다. 민언련은 “살인사건 보도 시 피해자의 성별을 암시하는 여고생이라는 단어보다는 고등학생을 강조하려면 미성년자라 표현하고 특정 지역명도 부정적인 낙인 효과를 줄 수 있으니 되도록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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