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삼(자유한국당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이 앞으로 방송소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TV조선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심의결과 때문으로 보인다.

▲ 정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박서연 기자
▲ 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박서연 기자

전광삼 상임위원은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통심의위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오늘부터는 방송소위를 들어갈 자신이 없다. 내 나름의 심의 원칙과 기준을 다시 세우지 않고는 감히 여러분이 쓰는 기사를 심의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은 방통심의위의 공정성·객관성·조롱 및 희화화 관련 심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4기 방통심의위가 출범할 때 가장 큰 모토로 내걸었던 것 중 하나가 ‘공정함’과 ‘따뜻함’이었다”며 “적어도 공정성 부분은 나름의 합의를 가지고 심의해왔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4기 방통심의위 공정성 기준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있다며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매체에 따라 기준이 지나치게 과하게 적용되기도, 약하게 적용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가 밝힌 공정성 기준은 △반론 보장 여부 △대담 혹은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의 중립적인 진행 △조롱 및 희화화 표현 등이다.

공정성이 무너진 사례로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를 꼽았다. 그는 “블랙하우스가 패널 구성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 진행자가 이야기를 다하고 양쪽 의견이 아니라 의견이 같은 사람들을 앉혀놓고 진행한다”고 했다. “(패널 구성에)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음에도 대다수 위원들은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 의견만 냈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인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어느 진영을 욕했느냐 그것만 다를 뿐이라 생각한다. 블랙하우스는 정봉주씨 관련 외에 법정제재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종편 채널의 패널 구성에 대해서 지나치게 봐왔던 거 아닌가”라며 “이런 식이라면 지상파와 종편, 보도채널 심의규정을 다 나눠야 한다. 방송심의 규정 하나 가지고 심의하는데 규정이 하나라면 문제의 대상이 되는 사안을 똑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은 TV조선의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 심의 결과를 두고 “TV조선이기 때문에 (심의 안건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9일 북한이 풍계리 취재 외신기자들에게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TV조선 보도에 법정제재인 ‘주의’(벌점1점)를 의결했다. 당시 TV조선이 관련 보도 취재원(외신기자) 녹취록을 가져왔지만 위원들은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청취하지 않았다.

전 위원은 “(TV조선 사례는) 방송소위에 참여하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한 예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내가 TV조선을 봐줘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나는 서울신문 출신”이라고 말했다. TV조선 제재수위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에 “이걸 제재한다면 ‘관계자’발로 나오는 보도는 다 제재해야 한다. 취재원을 다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임위원인 전 위원의 방송소위 불참이 직무유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 위원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 하지만 방송소위 의결정족수가 3명이고 기준도 원칙도 없이 들어가 각자 이야기만 하고 협의하지 않는 소위라면 출석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컸다”고 답했다.

전 위원은 전체회의에 출석하되 방송심의는 하지 않고, 광고·통신소위원회는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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