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자신의 여성 비하 논란과 관련한 기고 글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자 소송 상대방인 여성신문은 “부당한 판결로 판단하고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10일 탁 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3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여성신문사는 탁 행정관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탁 행정관은 2007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중학생과 성관계를 했고 “친구들과 공유했다”고 썼다. 논란이 일자 탁 행정관은 ‘픽션’(허구)이라고 해명했다.

여성신문은 지난해 7월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기고를 게재했다. 제목만 보면 기고자가 실제 탁 행정관과 관계를 맺은 인물로 비쳐져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글은 탁 행정관이 책에서 묘사한 내용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한 여성의 고백이었다.

여성신문은 논란이 커지자 기고 제목을 “[기고] 그 ‘여중생’은 잘못이 없다 - ‘탁현민 논란’에 부쳐”로 바꾸고 “기고자가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목으로 인해 잘못 읽힐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목과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기고자가 ‘탁현민의 그 여중생’은 아니었음에도 독자가 탁 행정관을 성폭행 가해자 혹은 범죄자로 오인할 제목이라 비판이 거셌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7월 말 여성신문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사진=민중의소리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사진=민중의소리
김 판사는 “탁 행정관이 책에서 언급한 여중생과 성경험이 꾸민 이야기라는 점을 이미 수차례 밝혔는데 일반 독자가 ‘탁 행정관 해명이 거짓’이라는 인상을 받도록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고 배경에 탁 행정관 책 논란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으로 했다. 

김 판사는 “책이 양성평등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을 뿐 아니라 허위 내용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마치 사실인 양 포장해 책을 발간했다”며 “탁 행정관이 자신의 여성관에 대한 비판을 자초한 것도 기고 글이 작성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었다.

여성신문은 10일 오후 “이번 1심 판결을 부당한 판결로 판단하고 항소할 예정”이라며 “해당 기고문은 실제 성폭력 피해 여성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담은 글”이라고 밝혔다.

여성신문은 “이번 판결은 사실상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침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미투 운동과 같은 최근의 사회 변화에 역행하는 판단이라는 점,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부당한 판결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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