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리스트’ 사건 재조사에 돌입하면서 고(故) 장자연씨가 지난 2009년 3월7일 숨지기 전 남긴 자필 문건에 기재된 ‘조선일보 방 사장’과 ‘방 사장 아들’의 성 접대 의혹을 규명할지 주목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장자연 사건 관련 경찰·검찰 수사기록, 법원 공판조서 등에 따르면 장자연씨가 실제로 만난 적 있는 조선일보 사주 관련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 방용훈(66)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차남 방정오(40)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다. 그리고 장자연이 두 사람과 만났던 자리에 모두 참석했던 사람은 김종승(49) 장자연 소속사 대표와 한아무개 모 광고업체 대표다.

한 대표는 방용훈 사장과 매우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으며, 방정오 전무와도 개인적으로 친하게 알고 지냈던 인물이다.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법정진술에서 “한 대표는 서울 시내에 전광판도 여러 개 가지고 있어 방용훈 사장과 업무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며 사적으로도 형 동생처럼 특별하게 지낸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 대표와 방정오 전무의 관계에 대해선 “한 대표는 방 사장 집안 행사 때마다 항상 오니까 알 수밖에 없다. 산소도 같이 가니까 조선일보 기자 중에 한 대표를 아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방 전무는 장자연씨 사망 이후 2009년 4월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코리아나호텔에서 이뤄진 경찰 방문조사에서 2008년 10월28일 한 대표 등 아는 지인들과 모임 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방 전무가 지인들과 만난 곳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호텔 지하 유흥주점이었고, 이 자리에는 김종승 대표와 장자연도 합석했다. 그리고 이날은 장씨의 로드매니저가 “그날 주점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장자연이 차에 와서 누군가와 통화했고 어머니 기일이라면서 울다가 다시 주점으로 내려갔다”고 진술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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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전무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아는 지인들과 모임이 있어 간 자리에 김종승이 참석한 거다. 나는 이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본 기억이 없다. 내가 만약 그 자리에서 봤다면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이고, 김종승이 데리고 왔다고 하면 인사를 시켰을 텐데 인사를 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방 전무는 지난 9일 KBS가 “대검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한 ‘조선일보 방 사장의 아들’과 장씨가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후 10일 오후 낸 입장문에서도 “2008년 10월28일 이후 장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방 전무는 “이날 밤 지인의 전화를 받고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고 장자연씨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먼저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이는 경찰의 과거 수사 당시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미디어오늘이 접촉한 장씨의 로드매니저도 “방정오씨가 그날 분명히 왔던 게 맞다”며 “방씨가 먼저 가고 다른 일행분들이 나와서 배웅해줬다. 나는 밖에 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지난 5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화면 갈무리.
▲ 지난 5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화면 갈무리.
방 전무는 김종승 대표에 대해선 “내가 대학 다닐 때 친구들 모임에 갔는데 김종승이 선배라고 소개를 받아 그때 알게 됐고, 대학 다닐 때 한두 번 본 것으로 기억하고 최근에는 작년(2008년) 가을에 만나고 못 만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경찰 조사에서 “방정오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부터 알던 사이고, 한국에 귀국해서도 조선일보 계열사 잡지회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만나지 못하다 당일 술자리에서 처음 봤다”면서 “방정오는 한 대표를 만나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이라고 밝혔다.

방 전무는 ‘이날 술집에서 장자연을 본 기억이 없고 김종승이 인사시킨 기억도 없다’고 했지만, 김 대표는 “방정오에게 우리 기획사 신인 배우라고 소개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장자연은 그 자리에 오래 있지 않고 방정오가 간 후 조금 있다가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장씨는 이날 김 대표와 함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었으며 김 대표는 10월29일 새벽 1시22분에 장씨에게 “직원들 앞에서 말조심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자리 술값 200만 원은 김 대표가 이튿날 새벽 0시53분경에 결제했다.

김 대표는 또 “당시 술집에 같이 들어갔던 여자 접대부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자신도 장자연이 같은 술집 접대부로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술집 접대부와 같이 손님들의 술시중을 들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거냐”는 경찰의 물음에 “그런 사실은 없었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씨의 로드매니저는 “김 대표의 심부름으로 룸에 양주 1~2병을 가져가니 룸에 방정오를 포함해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몇 명 있었고 술집 아가씨들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방 전무 역시 “(여자 종업원은) 마담을 포함해 약 4명 정도로 기억한다. 마담이 2명 들어왔고 여자 종업원이 2~3명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자리 배치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남자들 중간에 여자들이 끼어 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 전무는 ‘김종승이 본인을 접대한 자리냐’는 경찰의 물음엔 “당시 술자리는 누가 누구를 접대하는 자리가 아니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분들을 만난 것이고, 김종승이 그 자리에 온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지난 2012년 방상훈 사장이 고소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한 대표로부터 (2007년 10월 방용훈 사장, 장자연 등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 이후) 이 모임에 참석했던 어떤 사람이 한두 차례 장자연과 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그 사람이 방용훈 사장이냐’는 질문엔 “내가 (방 사장이라고) 특정 지을 수는 없고 비슷한 이야기는 들었다. 내가 본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미디어오늘은 방용훈 사장·방정오 전무가 장자연씨와 만났던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한 대표에게 당시의 상황과 A씨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11일 연락했지만 그는 “나한테 전화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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