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관계자들이 9~12일까지 방북 중인 가운데 남북 언론 교류를 적극 추진해온 공영언론에서 내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기간언론사를 제치고 민영언론 JTBC가 방북한 사실은 공영언론에 죽비와 다름없다. 북한의 초청장을 받고 통일부 승인을 거쳐 방북한 JTBC는 ‘남북언론교류협의’와 ‘평양지국 개설’등을 북한과 논의한다.

정일용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설립추진단장은 10일 통화에서 “10년 정도 남북 언론 교류가 끊겼다가 재개됐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총평했다.

정 단장은 “2007년 10월 연합뉴스 사장이 북한을 방문한 적 있는데 지금처럼 떠들썩하진 않았다. 그때보다 지금 남북 교류에 국민 관심이 크다”고 전한 뒤 “다만 일회적 만남에 그치지 말고 한반도 정세가 어떻든 남북언론이 상시로 만날 토양과 토대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 단장은 이를 위한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비판적 입장에서 JTBC 방북 건을 본다면 ‘북측에서 선택한 언론만 가야 하는가’라는 지적도 가능하다”며 “언론 간 교류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남북 당국이 이를 공식 의제로 삼아 문호를 넓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심도 있게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KBS 사옥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KBS 사옥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아울러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강기석 이사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 언론교류 작업을 선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던 연합뉴스나 KBS 등 공영언론 관계자들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난 시절 북한 관련 보도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다 결코 (부정·악의적 보도를) 덜했다고 할 수 없는 공영언론에 북한이 치를 떠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북한이라고 자신들의 국영언론인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통신,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의 남측 카운터 파트로 KBS나 연합뉴스가 명분상 더 적합하고 또 KBS나 연합뉴스를 통해 더 빨리, 더 널리 뉴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왜 몰랐겠느냐”며 “하지만 북한은 ‘더 빨리’ ‘더 널리’ 보다 ‘더 바르게’ 자신에 대한 뉴스가 전달되길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이는 연합뉴스와 KBS 등 국가기간언론사들이 보수 정권의 적대적 북한 정책에 편승해 보도한 결과 JTBC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됐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강 이사장은 “북한이 정수리에 때린 일침을 통해 KBS나 연합뉴스 종사자들은 다시 한 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공영언론들이 과거에 대한 어설픈 반성이나 진정성 없는 다짐만으로 쉽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대단한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남북 교류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성찰도 있다. 원종진 KBS 남북교류협력단 팀장은 “JTBC는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들었다”며 “KBS는 지난 4월 경영진이 바뀌면서 남북교류협력단이 다시 만들어졌다. 북한과 끊어졌던 관계 등을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보니 물리적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원 팀장은 “아무래도 공영방송사로서 북한(평양) 지국을 설치하고 특파원을 상주시켜 좋은 보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KBS나 개별 언론사가 원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언론 교류는 아무래도 정부의 후순위 안건으로 밀려 있었다. 이번 JTBC 방북을 계기로 이 문제를 더 이상 눌러둘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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