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은 미국 신문보다 남성 취재원 의존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남성 대 여성의 취재원 비율이 4.3대1이었으나 한국은 9.9대1로 두 배 이상 높았다.” 2007년 11월13일 ‘신문기사의 질적 개선 방안’과 관련해 한국언론재단 워크숍에서 등장한 통계로, 2007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한국의 6개 일간지와 미국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1면 기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였다.

한국 신문은 10여 년 전과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인구는 2565만6000명으로 총 인구의 49.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지면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상당수는 여전히 남성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7월2일~6일까지 5일 간 종합일간지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의 1면~16면에 등장한 실명 취재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간 동안 조선일보 취재원 151명, 중앙일보 취재원 170명, 한겨레 취재원 152명의 성별을 확인했다. 성별을 확인할 수 없는 익명의 취재원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했으며 해당 신문에서 중복되는 취재원은 1명으로 처리했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그 결과 조선일보·한겨레·중앙일보 모두 비슷한 수준의 여성 취재원 비율을 나타냈다. 조선일보 취재원은 남성 126명, 여성 25명이었다. 중앙일보 취재원은 남성 146명, 여성 24명이었다. 한겨레 취재원은 남성 130명, 여성 22명이었다. 각 신문사 별 여성취재원 비율은 조선일보 16.6%, 한겨레 14.8%, 중앙일보 14.1%로 3사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문3사 평균 여성취재원 비율은 총 473명 가운데 71명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약 6대1로, 10여 년 전보다는 나아진 수치지만 반가워하기도 어렵다. 중복 취재원을 고려하면 우리가 지면에서 만나는 취재원은 체감 상 남성이 절대다수다.

왜 이 같은 수치가 나오는 걸까. 조사 대상이었던 종합일간지에 근무하는 한 여기자는 “관공서나 정치권에서 취재원 가운데 실명으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고위직의 대부분이 남성이다. 여성은 하위직이 많아서 실명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적다”고 전한 뒤 “실명을 걸더라도 여성가족부터 여성정책분야, 여성단체 쪽 인사들 정도”라고 전했다. 이 같은 설명에 미뤄보면 익명의 취재원 역시 남성비율이 높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노동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37.8%였으며, 관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1%였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의원 중 여성비율은 17%였다. 2015년 공무원 중 여성비율은 44.6%였다. 이에 비춰보면 여성은 대부분 하위직, 남성은 고위직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언론게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위원장을 비롯해 고위직 8명이 모두 남성이다. 언론학계를 대표하는 학회장이나 언론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대부분 남성이다. MBC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임원 10명과 KBS이사회 소속 이사 11명 중 여성은 각각 1명에 불과하다. 신문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신문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편집국 여성 비율은 42.8%였지만 임원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이 때문인지 미디어오늘 역시 취재원의 상당수가 남성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 주간신문 1155호부터 1157호까지 1면~16면에 등장하는 실명 취재원 147명의 성비를 확인한 결과 남성이 111명, 여성은 36명이었다. 여성 취재원 비율은 24.5%로 역시 낮았다.

여성은 어떤 경우에 취재원으로 등장했을까. 한겨레에선 화장품 업체 직원, 녹색당 후보, 여성민우회 대표, 보육교사 등이 여성 취재원으로 등장했으며 조선일보에선 일반인 취재원으로 여성이 6명 등장했다. 중앙일보에선 소화기내과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등이 여성 취재원으로 등장했다. 남성의 경우 교수부터 회장, 대변인, 장관, 국회의원, 연구원 등 직종이 다양했다.

진보·보수 상관없이 남성 편향 취재원이 지면에 나타나는 것을 두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취재원은 주로 전문가집단으로 분류된다. 우리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의 여성 비율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지면이 반영한 것이다”라고 지적한 뒤 “기자들이 일부러 남성을 찾아서 취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인물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선정됐다.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인물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선정됐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제정임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일상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구할 때 이미 쉽게 접근 가능한 취재원을 중심으로 취재할 경우 지명도 있는 남성 취재원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통계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여전히 전문가그룹에서 소수라는 점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기자들의 게으름의 소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기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깨기 위해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성비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정임 교수 또한 “발품을 들여 새롭고 다양한 취재원을 찾아야 한다. 가급적이면 여성전문가 집단의 이야기를 듣고자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이 경우 기사의 완성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미투’(Me Too) 국면에서 주목받았던 뉴욕타임스의 젠더 이니셔티브(Gender Initiatives)가 한국 언론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내용 측면에서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독자의 참여를 늘리는 한편 △뉴스룸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세 가지 큰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한국의 언론인 2017’에 따르면 언론사 여성비율은 27.4%이며, 종합일간지의 경우 33.6%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편집국 내 여성 비율을 늘리고, 여성 취재원의 비율을 늘리며,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나가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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