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인물과사상사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세계적인 명화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해설하는 책 ‘감정의 색깔’을 홍보하려고 카드뉴스를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하려고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 등록을 했으나 페이스북은 거부했다. 소개한 그림 가운데 ‘나체 사진’이 있다는 이유였다.

문제가 된 그림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인 앙리 마티스의 ‘삶의 기쁨’이다. 사람의 기쁜 감정을 표현한 그림으로 사람들이 나체로 등장하지만 몸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아 누가 보더라도 선정적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이 그림은 포털 사이트나 언론기사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나체를 묘사한 광고는 성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예술이나 교육 목적으로 나체 이미지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라며 “이와 같은 광고는 지나치게 민감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인물과사상사는 세계적 예술작품에 나체가 나온다는 이유로 광고를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의제기를 했지만 페이스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앙리 마티스의 '삶의 기쁨'. 사진=인물과사상사 제공.
▲ 앙리 마티스의 '삶의 기쁨'. 사진=인물과사상사 제공.

페이스북은 왜 이 광고를 막았을까.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콘텐츠의 경우 예술작품, 보도사진, 시위, 교육 목적의 경우 나체라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이 돼 있다. 하지만 광고는 영향력이 크다보니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광고가 일반 콘텐츠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페이스북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나체라고 무조건 안 되는 건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적인 사진을 꼭 써야 할 만큼 이 사진이 핵심적인 내용인지도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사진이 전혀 선정적이지 않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정도”라고 답했다.

페이스북이 지나치게 콘텐츠를 검열한다는 비판을 받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들은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심의하고 검열하는 방식을 쓰면서 여러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이용자가 많을 경우 유해 콘텐츠를 일일이 걸러내기 힘들기에 이 같은 방식을 쓰지만 종종 납득하기 힘든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된다.

페이스북은 2016년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공습을 피해 알몸으로 울부짖으면 달리는 소녀가 나온 보도사진 ‘네이팜탄 소녀’가 어린이 노출사진이라며 삭제한 후 논란이 되자 복구했다. 2011년 페이스북은 프랑스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이 나체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지난해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넵투누스(포세이든) 조각상 사진이 삭제를 요구받기도 했다.

인물과사상사는 “20세기 회화에서 위대한 지침이 되고 야수파의 창시자라는 앙리 마티스의 예술 작품에 무지의 소치라고 생각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작품을 ‘예술과 외설’의 명확한 기준도 없이 걸려낸 페이스북의 ‘단순한 알고리즘’의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7월11일 오후 2시24분 기사 보강.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11일 오후 취재 당시와 달리 페이스북 광고의 경우 나체를 무조건 허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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